이곳 KAPS 고양이 쉼터에는 '다운이' 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덩치 크고 우성 유전자를 가진 튼튼한 수컷이죠.
게다가 완전 야생이라 웬만해선 쉼터같은 곳으로 오기 힘들 것 같은 녀석이지만 이 녀석도 운명의 장난인지 인연인지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사연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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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반부터 '다운이'는 '아리따움'이라는 화장품 가게 1층 천장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리따움 가게 전경
가게 건물 왼쪽 출입 계단
계단을 통해서 길고양이들이 1층 천장으로 숨어들어가기 너무나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던 건물이었죠.
상황을 재구성 하자면..
이런식으로 고양이들 출입이 잦다보니 여름철마다 새끼 고양이들이 그 천장 안에서 마구 태어나 가게 벽 사이로 떨어져 구조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이 어여쁜 아이는 바로 다운이의 여자 친구(아리) 였습니다. 매 여름마다 천장안에서 새끼 냥이들을 낳는 주범이었죠.

매년 2개월이 채 안된 어린 냥이들이 천장에서 벽 안쪽으로 떨어져 살려달라고 끊임없이 울기 시작하면, 벽을 뜯어내고 구조하기가 여러번,
그곳에서 구조해 쉼터로 온 새끼 냥이가 7마리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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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이상은, 여름마다 계속 반복되는 이 상황에 결국 가게 주인인 지영(가명)씨는 저기 살고 있는 냥이 가족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업체를 불러 천장으로 들어가는 구멍을 모두 막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리하여 대구조 시작!..이 무색하게 다운이는 바로 잡히고 말았습니다.
구조에 성공한 다운이의 실제 모습
하지만... 다운이의 여자친구 아리는 결국 잡을 수 없었습니다. 절대 통덫에 들어가지 않는 아이였거든요.

낮에도 가게 천장에서 내려와 자주 모습을 보이던 아리
낭~창한 성격의 길고양이 아리는 절대 절대 통덫에 들어가지 않는 영리한 아이 였습니다.
먼저 잡힌 다운이는 이때 건강이 썩 좋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잘 먹지 못해 약간의 빈혈과 길냥이들과 영역 싸움을 많이 해 몸에 상처가 많은 상태였습니다. 다시 길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죠.
이렇게 다운이는 쉼터로 오게 되었고,
아리는 거기 그렇게 길에 계속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영씨는 고양이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하고 업체를 불러 지붕으로 들어가는 구멍을 모두 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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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이" 쉼터에서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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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간이 많이 지난 구조 이야기 입니다.
아마 지금쯤 아리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을 수도 있겠지요.
길고양이들의 수명을 생각한다면..
그 아리따움 가게의 천장 만큼 숨기 좋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다시 찾지 못했다면 아마도, 아마도 지금은..
세월은 그렇게 야속하게 흘러 현재까지 왔습니다.

쉼터에서 "다운이" 현재 모습

다운이는 덩치 크고 잘생긴 수컷이라 쉼터에서도 인기가 짱입니다.
물론 완전 야생이라 가끔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주로 집사를요^^
집사에게 공격하는 용감한 수컷 고양이라..ㅎㅎ
그래서 야생 냥이들에게 더 인기인 것 같습니다. 사람도 공격할 수 있을 만큼 용감해서요. 옆에 있으면 든든할 것 같네요.

나는야 '짱' 고양이 다운이!
공격적이든 용감하든 뭐든..
무슨 상관인가요.
건강하게만 오래 살아다오.
다운아..
지금은 만날수 없는 아리 몫까지 더 오랫동안.
이곳에서 행복하게,
집사의 마음 더 아프지 않게.
이곳에서 많이 오랫동안 있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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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He w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