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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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봉사자로서 보호소 동물들의 임시보호와 입양을 돕고 홈페이지에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입양을 갔고 연락이 닿지 않아 홈페이지에 알렸고 결국 나쁜 소식을 듣게 되었지만 그간의 모든 게시글을 삭제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나쁜 소식이라도 전하려합니다. 



진저와 보리는 대구 팔공산에서 발견된 고양이 형제들입니다. 협회에서 동물들을 입양하신 이유미 부부가 임시보호할 고양이들을 찾았고, 마침 진저와 보리가 운좋게 가게 되었습니다. 진저와 보리는 이유미부부의 아낌없는 치료와 사랑으로 범백혈구 감소증을 이겨내고 무럭무럭 자랐고 2013년 9월 중순 입양가정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입양은... 기쁜일이기도 하지만 아주 작을 부터 키워온 새끼고양이들을 입양보낸다는 게 잘 내키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나 저나 이유미씨는 입양자 부부의 품에서 잘 지내리라 믿으며 떠나 보냈습니다. 


이후 이지은씨는 정기적으로 사진도 보내왔고, 불임수술을 시키기 위해 전화도 주셨습니다. 진저와 보리는 잘 지내고 있었고, 불임수술도 받았습니다. 


이듬해 1월 유미씨는 제게 전화로 입양자와의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고 하였고, 입양자의 전화는 수신정지 상태로 수차례 전화를 하여도 받지 않았습니다. 입양 당시 함께 받았던 남편의 연락처로 전화를 하니 두 부부는 결혼도 하지 않고 헤어졌다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 예정이며 남편의 직장으로 인해 평택으로 이사까지 간다고 하였기에 헤어지리라고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어서 혼란에 빠졌습니다. 


봉사자이며 진저와 보리 입양의 책임자이기도 한 제 잘못은 여기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끈질기게 연락을 하고 당시 집으로 찾아갔어야 했는데... 잠시 충격에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고 생각하며 곧 연락이 되겠지 하며 중간중간 전화연락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신정지된 상태였고 이유미씨도 계속하여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좀 더 적극적인 연락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로 찾아갔습니다. 혹시나 가족들은 연락이 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족조차 없는 것 같았습니다. 주말에 사비를 털어서라도 평택의 집으로 가보기로 결심을 하고 가기 전 남자분과의 통화에서 입양자가 사망하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평택경찰서의 형사와 연락하여 고양이들도 사망자의 주검과 함께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것으로 예측되는 입양자의 사망이 안타깝게 느껴지면서도... 제게 연락이라도 해주어 고양이들을 책임질 수 없으니 그만 데려가달라는 부탁만 했어도 좋았을텐데 그마저도 하지 않은 무책임한 입양자가 참 원망스럽고, 좀 더 일찍 찾아가보지 않은 제 탓도 있는 것 같아 저 자신도 많이 원망하고 있습니다. 


한치앞을 알 수 없고,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하여도 사람이 신이 아니기에 모든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쉽게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애쓸 것입니다. 



봉사자 김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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