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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9826 vote 3 2006.04.29 (16:31:43)

▲ 임범 대중문화팀장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 안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야옹이 갤러리’가 있다. 이 갤러리에는 한번 떴다 하면 조회수가 다른 수십마리 고양이들에 견줘 두세 배를 훌쩍 뛰어넘는 슈퍼스타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이 고양이의 사진과 관련된 글을 올리는 ‘훅끼’씨가 붙여준 고양이 이름은 ‘대오 아저씨’다.
대오 아저씨는 생김새가 독특하다. 흰 털과 검은 털이 섞인 고양이인데 이마 위에 정확히 5 대 5로 가르마를 탄 것처럼 검은 털이 나 있다. 또 코밑 오른쪽에만 반쪽짜리 카이젤 콧수염을 기른 것처럼 검은 털이 붙어있다. 꼭 1960~70년대 시골에서 갓 상경한 노총각 같다. 게다가 이 고양이는 ‘길냥이’(길고양이)이다. 그래서 털이 지저분하다. 이 갤러리에는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얼굴도 인형처럼 예쁜 고양이들이 많은데, 왜 이 지저분하고 웃기게 생긴 고양이가 최고 스타가 됐을까.

‘훅끼’씨가 올린 글을 보면 대오 아저씨는 훅끼씨 집 옆의 밭이나 숲(사진에 나타난 훅기씨의 집은 서울 근교쯤 되는 교외로 보인다)에서 나타나 밥달라고 울어댔다고 한다. 어느날 다른 고양이와 싸웠는지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나타났고, 그 때 잘 대해준 것이 연이 돼 매일같이 배고플 때마다 이 집에 와서 밥을 먹는 것은 물론, 훅기씨를 비롯한 가족들의 손과 발에 자기 몸을 ‘부비부비’ 문지르다가 간다고 했다. 또 동네 다방 주인에게도 찾아와 부비부비 하다가 밥을 얻어먹기도 하면서, 잠은 동네 외진 곳에 있는 빈 축사에 가서 잔다고 했다.(그 축사의 사진도 올려져 있다.)

대오 아저씨가 인기 있는 이유는 미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태평하고 시골스런 얼굴이 독특한 귀여움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길고양이의 생활방식을 버리지 않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 풍경의 평화로움이 도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 아닐까. 서울의 고양이들을 보자. 쥐가 사라지자 사람들이 고양이를 집밖으로 내치기도 했고, 또 집들이 죄다 아파트로 바뀌면서 개보다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를 마당 없는 집에서 키우기도 힘들어졌다.

길로 나온 고양이들은 ‘천적 없는 생태 파괴자’로 낙인 찍혀 구청에서 이들을 잡아가기 시작한 지도 제법 됐다. 서울시 집계로 2004년 각 구청이 포획한 길고양이 수는 2872마리, 2005년 2823마리다. 구청에서 고양이를 잡아 동물구조관리협회로 넘기면 협회는 한 달 동안 입양을 시도한 뒤 입양 안 된 고양이들을 안락사시킨다. 서울 주변 도시에선 길고양이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다시 풀어주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지만, 서울의 경우 길고양이가 과포화 상태라는 판단 때문에 그렇게 하는 구청이 거의 없다. 구청에 잡혀가지 않더라도 살기가 쉽지 않다. 고양이 수명은 15~20년이지만 길 고양이들은 음식물 쓰레기 봉투 속의, 주로 상한 음식을 먹다보니 위가 헐어 그 절반도 못 산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땐 고양이보다 개를 좋아했지만 한 10여년 전 쯤부터 이론적으로 고양이를 더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 이론은 미셸 트루니에의 표현을 요약해 빌리면 이렇다. “장 콕도는 경찰 고양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개보다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치기 고양이, 썰매 끄는 고양이, 장님 길잡이 고양이도 없다. 고양이는 명예를 걸고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개를 보면 숲을 산책하고 싶지만 고양이를 보면 집에서 빈둥거리고 싶어진다. 개가 1차적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2차적 동물이다.” 그러다가 내 주변 친구들이 고양이 키우는 걸 본 1~2년 전부터 실제로 고양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내가 고양이 알레르기기 있다는 걸 안 것도 이 때다.

얼마 전 제주도에 갔다가, 서귀포 옆 한적한 해변 마을의 고양이들을 봤다. 모두 적당히 살쪘고 사람을 크게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농사 짓는 그 마을 사람들은 먹고 남은 음식을 밭에 뿌린다고 했다. 그 곳의 고양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고양이가 행복한 세상은, 사람도 행복한 세상일 것 같다.

임범 대중문화팀장 isman@hani.co.kr">isman@hani.co.kr

푸른술입니다 - 원문컬럼 직접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9317.ntml#opin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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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디시인사이드 냥겔의 대오 아찌 팬입니다만, 그유명세가 이젠 신문기사에 까지 오르네요.
-고양이가 행복한 세상은, 사람도 행복한 세상일 것 같다-
이 문구가 너무 좋습니다.



권혜경

2006.04.30 (22:20:42)
*.63.147.100

좀더많은분들께서 고양이에대한 편견을 버리셨음하네요 저역시 대오아저씨이야기를 많이 들어온터라 이런기사가 참 흐뭇합니다^^특히 고양이가 행복한세상은 사람도 행복한 세상일것같다라는 문구가 저도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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