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부속 동물병원에 3마리…24시간 대기… 한달 5~6회 봉사
혹시 헌혈견을 아시나요? 교통사고 등으로 피가 부족한 동료 애완견들에게 자기 피를 나눠줘 생명을 살리는 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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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부속 동물병원 안 채혈실. 빈혈 애완견을 위해 수혈을 준비 중인 헌혈견 '먹순이'를 의인화해, 수의사 증언을 바탕으로 이 개의 '독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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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두 살인 먹순이랍니다. 저는 나름대로 긍지를 갖고 산답니다. 제가 바로 헌혈견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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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견은 빈혈이나 교통사고로 큰 외과수술을 받아야할 환자(물론 애완견들이지요)들이 응급 수송됐을 때 자신의 피를 뽑아주는 임무를 수행하죠. 한달에 5~6회 정도 수혈을 해주며, 병원에서 24시간 대기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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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후 2~3개월 때 혈액형과 건강상태 등 정밀검사를 거쳐 선발돼 한 살 때부터 활동하죠. 제 경우는 사실 해부용으로 이곳에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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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년 정도 키웠다가 각종 실험에 쓰려고 했다는데 제가 워낙 수의사들을 잘 따라 보직이 바뀐 거랍니다. 피뽑는 게 무섭지 않냐구요? 왜 안 무서웠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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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무섭고 떨렸지만 요즘은 '어차피 피 뽑아주는 게 내 일이니까' 하는 생각에, 또 헌혈하고 나면 고단백질 고기를 대가로 받으니까 앞 발도 내주고 목 언저리도 대 주면서 작업에 협조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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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곳 동물병원에서 헌혈견들을 관리하는 수의사 김민규씨는 "어떤 개는 태어나 편하게 지내다 수혈까지 받지만 이들 헌혈견들은 남에게 주기만 하는 운명"이라며 "숭고하고 보람있는 일을 하는 개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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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씨는 헌혈견들의 경우 환자인 애완견을 위해 피를 뽑아주다 자신까지 빈혈에 시달리지만 일부 애완견 주인은 헌혈견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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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들은 그래서 족발.피자 등 간식을 먹을 때면 언제나 헌혈견들부터 챙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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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수의사 서경원(26.여)씨는 "자기 희생을 마다않는 헌혈견들을 보면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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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울대 동물병원에는 세 마리의 헌혈견이 있다. 개는 혈액형의 종류가 13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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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사람으로 치면 O형에 해당하는 DEA4 혈액형을 가진 개들이 헌혈견으로 지정된다. 헌혈견은 1회 수혈 때 평균 3백30cc씩 피를 뽑기 때문에 주로 덩치가 큰 종의 개들이 선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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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물병원의 헌혈견들은 키 1m에 체중 40~60㎏에 달하는 그레이트 데인.셰퍼트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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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측은 "헌혈견들은 3개월마다 백신 접종을 하고 피검사를 하는 등 정기적으로 몸 관리를 시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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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용환, 사진=최정동 기자
중앙일보 2002.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