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출처 "잡지 Cats&Kittens 7월호 p15~16"

♡살찐네♡ http://home.freechal.com/catopia/


내가 7살 때 우리는 심한 가뭄을 겪어 목화농장을 떠나 뉴멕시코 주의 작은 셋집으로 이사를 가야했다.
그 집은 교통이 복잡한 곳에 있었는데 결국 우리가 오랫동안 키우던 보더콜리 스니플즈가 차에 치여 죽고 말았다.
그 애는 우리가 태어났을 때 부터 같이 자랐기 때문에 그 일로 우리 3남매는 넋을 잃었다. 우리는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엄마와 함께 그 애를 한 목장에다 묻었다.

한 달 후, 엄마가 퇴근하면서 조그만 블랙&화이트 아기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셨다.
우리는 그 애를 보자마자 만화 캐릭터의 이름을 따 실베스터라 부르기로 했다.
그 애는 고약한 고양이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실베스터는 한 살이 되어 무지막지하게 장난이 심한 자신만만하고 커다란 고양이가 되었다.

그 애는 겁이 없었다.
우리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을 때 실베스터는 거드름을 피우며 그 동네의 다른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옆집에 사는 개 브루스는 고양이들의 엄청난 파워를 잘 알지 못했다.

브루스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모든 고양이들을 나무위로 올려보내는 것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그 일이 끝나면 브루스는 늦은 아침에 낮잠을 자기 전까지 고양이들을 감시했다.
늦은 오후가 되면 브루스는 다시 고양이들을 쫓아 나무위로 올려보내고 자기 주인이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나무와 나무를 오가며 고양이들을 감시했다.

브루스는 실베스터 같이 겁없는 고양이를 그 때까지 만나본 적이 없었다.
실베스터도 그 동네에 이사온 첫 날에는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아침을 나무 위에서 보냈다.
그 애는 불평하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상황을 분석하고 복수를 계획했다.

그 다음날 브루스는 즐겁게 통통 걸어나오다가 아침 산책을 하려고 나오는 실베스터를 발견하고는 사납게 짖으며 달려왔다.
실베스터는 날아다니고 브루스는 온 힘을 다해 뒤쫓으며 둘이서 집을 뱅글뱅글 돌았다.
한 세바퀴쯤 돌더니 실베스터의 속도가 떨어졌고 브루스가 실베스터의 꼬리 바로 뒤까지 따라오면서 실베스터를 가까운 나무로 몰아갔다.

그 순간 브루스의 삶이 바뀌는 사건이 일어났다.
실베스터가 키 큰 포플라 나무위로 올라가더니 휙 돌아 점프해서 브루스의 등 위로 착지한 것이다.
브루스는 놀래서 안전을 위해 인도쪽으로 후퇴했다. 하지만 브루스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리 빠르게 뛰어도 그 커다란 젖소색 고양이는 브루스의 등을 손톱으로 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브루스는 실베스터를 태우고 얼어붙어있는 다른 고양이들 앞으로 이리저리 날뛰었고 실베스터는 창피를 더 주기 위해 브루스의 귀를 씹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브루스는 다시는 고양이들을 쫓지 않았다. 대신 동네를 지키는 개가 되어 고양이를 쫓는 다른 개들이 눈에 띄면 말리러 가곤 했다.

실베스터는 둔감한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벌을 주었다.
그 애에게 찍힌 것은 고양이를 집 안에서 기르면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우리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우리가 실베스터를 이뻐하는 것처럼 고양이를 다루면 안된다고 생각하셨다.

한 번은 할아버지가 어느 금요일 밤에 저녁을 드시러 오셨다.
할아버지는 주로 오후에 오시기 때문에 저녁시간 전에 낮잠을 주무셨다. 원래는 소파에서 주무셨는데 엄마가 소파를 두 개로 분리하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푹신한 오렌지색 의자에서 낮잠을 주무시기로 결정하셨다.
하지만 그 곳은 실베스터가 낮잠을 자는 곳이었다.

실베스터는 그 곳에서 잠드신 할아버지를 보더니 할아버지의 등에 대자로 뻗어 누워 손은 할아버지의 머리위에 얹고 두 발을 씰룩씰룩 움직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별 생각 없이 실베스터를 들고 거실바닥에다 던졌다.
실베스터는 일어나 소파로 올라가서는 할아버지가 잠드는 모습을 심술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엄마와 나는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느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보진 못했지만 살려달라는 할아버지의 비명소리만 듣고도 실베스터가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직감했다.
달려가보니 실베스터가 할아버지의 목을 두 팔로 감고 할아버지의 귓볼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할아버지는 집에 들어올때도 조심히 들어오시고 그 의자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앉으셨다.

실베스터는 나이가 들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다. 엄마는 실베스터의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음식량을 조절하기로 결심하셨다.
보통 다른 고양이들에게는 그 방법이 논리적인 것 같지만 엄마는 실베스터의 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고 말았다.

실베스터는 문을 아주 잘 열었다.
그 애는 뒷발로 서서 오븐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문이 살짝 열리려 할 때 풀쩍 뛰어올라 손잡이에다 자기의 모든 무게를 싣는다. 그러면 오븐 문이 아주 쉽게 열려버린다.

엄마는 일요일 점식식사 후에 남은 것을 항상 오븐 안에 넣어두셨다. 그것은 곧 실베스터의 점심식사가 되었다.
엄마는 남은 음식이 매 번 없어지고 부엌바닥이 엉망으로 된 것을 몇 번 보시더니 철조망 문을 열고 실베스터를 마당으로 내 보내셨다.

실베스터는 일요일마다 쫓겨나더니 철조망 문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그 문들은 무거웠지만 실베스터는 기죽지 않았다. 그 애는 철조망 문을 손톱으로 잡고 빠른 속도로 세차게 문을 흔들어 그 때 생기는 작은 틈으로 잽싸게 집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엄마는 닭고기나 로스트 구이들이 다 사라져 버리고 배가 빵빵한 고양이가 부엌바닥에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보시고는 그 이후로 음식이란 음식은 모두 냉장고 안에다 보관하시고 실베스터의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셨다.

동네에서도 실베스터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실베스터는 마음만 먹으면 아주 사랑스러운 고양이로도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사람들에게 실베스터가 저지른 일들을 이야기 하면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브루스네 엄마인 앤 아줌마도 우리 엄마가 실베스터 얘기를 하면 큰 소리로 웃곤 했다.
그 집에는 진정한 “고양이 대접”을 받고 사는 주니어라는 겁쟁이 줄무늬 수고양이가 있었다.
그 아줌마는 우리 엄마에게 우리 가족이 고양이를 이상하게 다루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자기가 한 말을 후회하게 될 사건이 터질줄도 모르고 말이다.

뉴멕시코 주 남동쪽은 보통 11월에도 따뜻해서 문과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면서 추수감사절을 맞이할때가 많다.
우리 동네의 연휴 분위기는 특이했다. 창문을 열어놓고 칠면조와 닭이 굽히는 냄새를 맡으면서 인도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탔다.
고양이들도 울타리 위를 걸으며 그 침 넘어가는 냄새를 즐길 수 있었다. 실베스터는 그런 연휴를 아주 좋아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앤 아줌마는 동네 병원의 요리사였다.
그 아줌마는 추수감사절에도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그 전날 저녁부터 고기를 요리했고, 요리사라서 동네에서 나는 요리 냄새 중 가장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실베스터는 수요일 오후 내내 낡은 울타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 애는 코를 높이 올려 냄새를 맡고 있었고 꼬리를 흔들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해가 질 무렵, 앤 아줌마는 요리 해 놓은 고기를 오븐 안에서 식도록 놓아두었다.
아줌마는 슈퍼가 문을 닫기 전에 뭔가를 사러 나가야 했다.
그리고 집안의 열기를 내 보내기 위해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아줌마가 나가있던 시간은 단지 15분이었다.

그 15분은 실베스터처럼 똑똑하고 욕심많은 고양이에게 예상치 못한 절호의 기회였다.
앤 아줌마의 차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실베스터는 울타리에서 내려와 앞마당을 지나 현관으로 가서 흔들의자에 앉아있던 주니어에게 겁을 줘서 근처의 느릅나무로 쫓아낸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앤 아줌마가 집에 돌아와보니 요리 해둔 통통한 통닭이 바닥에서 뒹굴고 있고 그 옆에서 실베스터가 우아하게 손을 핥고 있었다고 한다.

앤 아줌마는 겉으로만 점잖아 보이는 뚱뚱하고 나이 많은 아줌마였다. 그 아줌마는 그 날 밤 얼굴이 빨개져서는 눈에 불을 켜고 실베스터의 목 뒤를 붙들고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그 아줌마는 문을 열어준 아빠에게 실베스터를 밀치듯이 주면서 허리에 손을 얹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는 배가 터질듯한 실베스터를 안고 아주 긴 시간동안 앤 아줌마의 이야기를 말없이 예의바르게 들어주셨다.
아줌마는 숨을 깊이 들어마시더니 마침내 이야기를 끝내며 말했다. “자, 이제 어떡하실건가요?”

아빠는 성난 한숨을 내쉬며 실베스터를 안아올리고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얘야! 그 집에서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말하고 말하고 또 말했잖아. 가져와서 식구들이랑 나눠 먹든가!”

앤 아줌마는 우리가 요리한 닭을 줬는데도 실베스터나 아빠를 용서하지 않았다.
아빠는 그 아줌마가 그럴 줄 알았으면 괜히 닭을 줬다고 하셨다.
그 해에 우리 가족 중에서 추수감사절 음식을 즐긴건 실베스터 밖에 없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작은 동네에 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모두가 집의 문을 잠그기 시작한 것이다.

실베스터는 그 후 몇 년 뒤 우리곁을 영원히 떠났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오렌지색 의자에 앉으려 하지 않으셨다.
한 번은 할아버지가 낮잠을 주무시고 계시다가 철조망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에 깜짝 놀라 풀쩍 뛰어오르시며 “뭐냐!!” 하고 외치셨다.

“바람이었을꺼예요.” 하고 우리는 말했다. 말이 되는 대답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정말 바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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