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조선일보 2003년 9월 17일


[임형균의 삶과 건강] 만화가 고우영씨 대장암 투병기

 

"고기만 먹고 야채 안먹은 것 후회돼요” 만화가 고우영씨의 대장암 체험담… “암 예방은 진지하게, 찾아오거든 가볍게 대하라”

그는 영원한 청년같다. 자그만 체구에 독특한 헤어스타일, 아이 같은 천진한 미소. 만화가 고우영(64)씨를 만나러 경기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작업실을 찾았을 때 그는 만화담당 기자가 아닌 의학담당 기자의 방문이 조금은 어색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1년 전인 지난해 8월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청소년 때는 권투선수를 지냈고, 나중에는 암벽등반, 스킨스쿠버, 낚시, 사냥, 골프 등 그야말로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물론 잔병치레도 거의 없었고, 암에 걸릴 것이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중년에 접어들어서도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고, 대장암 진단 1년 전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이상무’였다. 건강검진에 대장검사가 선택 항목으로 포함돼 있었지만 무시했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건강 탓인지, 대장암의 속성 때문인지 그에게 암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미국에 사는 아들을 만나려고 출국하기 며칠 전, 저녁에 생선회를 먹은 뒤 심한 복통이 왔어요. 화장실에서 혈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여름에 회를 잘못 먹어 생긴 출혈성 대장염이구나 싶었죠.” ‘출혈성 대장염’으로 엉뚱하게 자가 진단한 그는 약국에서 복통약을 사먹었다.

그렇지만 배 아픈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막내 며느리의 강권으로 일산병원을 찾은 그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암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는 의사에게 “악성종양이우?”라고 농담까지 건넸다. 당연히 “아뇨”라는 대답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의사는 “예, 뭐하나 있는데요”라고 답했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대장 끝 부분에 암 덩어리가 커져 내시경을 제대로 삽입하지 못할 정도로 진행됐었다고 한다. 암을 1~4기로 나눈다면 3기쯤에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그 정도로 암이 진행됐는데도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까.

“돌이켜보면 변이 조금 가늘어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술을 워낙 좋아한 탓에 나이 들어서는 변이 늘 묽었거든요. 그래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가끔 만나는 친구들도 얼굴 좋다는 말을 늘 해서 건강에 이상이 있을 거란 생각은 통 못했지요.”

낙천적인 그의 성격은 수술 과정에서, 그리고 항암치료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수술장에서 마취 전에 상체를 들고, 수술장의 세면대와 수술기구 등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간호사에게 ‘누워 계시라’는 야단도 맞았다.

“수술장에 들어갈 기회가 자주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나중에 만화 그릴 때 써먹으려고 열심히 봤지요. 대장을 잘라내고 붙이려면 직경이 다를텐데 어떻게 하냐고 담당의사에게 묻기도 했어요. 하하하.” 8시간 동안의 큰 수술로 대장을 40㎝ 가량 잘랐다. 그리고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가 수술보다 더 힘들었어요. 어지럼증, 머리와 눈썹이 빠지는 것은 그렇다 쳐도, 수시로 올라오는 구토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5일간 주사 맞고, 그 후 열흘쯤은 그야말로 반쯤 죽었죠.”

구토를 반복하면서 그는 여자들의 입덧이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병이 나으면 아내와 딸, 며느리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웃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곤 삶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class=article>“죽을 때 되면 죽는 것이고, 절대 권능자가 오라면 가는 것이죠. 하던 일을 다 마무리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요. 완치되면 더 좋은
것이고.”그러면서 왜 암에 걸렸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선 부모님이 대장암과 위암으로 각각 돌아가셨지만, 자신이 암의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class=article>그리고 심한 편식. 육류를 워낙 좋아해 야채는 김치도 거의 먹지 않을 정도로 피했고, 과일마저 멀리했다. 담배는 오래 전 끊었지만, 술은 즐겨 마셨다. “유전적 요인이 있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해온 심한 편식이 암의 원인이 됐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강검진과 대장검사만 제대로 받았으면 조기발견은 가능하지 않았겠어요.”

요즘도 그는 두 달에 한번씩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한다. 만 1년이 지났지만 재발하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됐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체중도 수술 전으로 회복했고, 몸도 가뿐하다. 요즘은 야채와 과일을 열심히 먹으면서 힘든 운동은 삼가고, 골프만 한다. 지금도 낙관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아버지는 적어도 암 따위에 질 분은 아니라고 그래요. 그 말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암의 예방이나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진지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일단 찾아온 다음에는 좀 가볍게 받아들이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임형균기자 hyim@chosun.com

대장암은 어떤 병?
설사·변비·혈변때 의심… 조기발견 중요

대장암은 한국인의 다빈도 암 중에서 네번째. 하지만 80년대 이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급증하는 추세다. 대장은 소화기관인 만큼, 대장암도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특히 섬유소 섭취 부족, 동물성 지방 및 육류의 과잉 섭취, 음주와 흡연 등이 대장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탓에 딱 부러지는 예방법은 없다. 따라서 조기발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암으로 진행되기 전 용종(폴립)이란 단계를 거친다. 폴립에서 대장암으로 진행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대장암은 발병 부위에 따라 느끼는 증상이 다를 수 있다. 우리 몸을 기준으로 우측 대장은 비교적 굵기 때문에 암이 상당히 커져도 직접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 설사, 빈혈, 체중·근력 감소, 복통, 복부팽만, 소화불량 등의 2차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는 좌측 대장에 암이 생기면 배변습관의 변화, 변비, 혈변, 점액변, 정폐색 등의 직접적인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항문에 가까운 직장암은 혈변, 변비 또는 설사, 변을 보고 난 후에도 변이 남은 느낌 등이 주요 증상이다. 배변 때 피가 나오면 치질 등 항문질환일 가능성이 높지만, 40세 이후에는 대장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50세 이상 성인은 5~10년 주기로 대장내시경 검사 또는 대장조영술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치료기법의 발전으로 대장암도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높다. 림프절로 전이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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