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출처 - 동아일보

[문화칼럼/박정요]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것

시골에서 자라 개와 고양이에 관한 추억이 많은 편이다. 그걸 아는 지인 한 사람이 어느 날 버림받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고양이를 기를 수 있을지 몹시 걱정스러우면서도 결국 응했다.

낯선 집으로 옮겨 온 고양이는 먼지투성이 소파 밑에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하얀색 터키시앙고라였다. 그런데 덩치가 5∼6kg에 이르는 어른 고양이인 데다 배가 축 늘어진 게 새끼를 몇 차례 낳은 게 분명했다.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을 상상했던 나는 내키지 않았다. 어떻게 거절할까 고민하면서 소파 틈서리로 계속 고양이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고양이의 그 커다란 눈 속을 빤히 들여다보고 말았다.


고양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사람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마주친 눈동자를 피하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버림받고 상처 입은 절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에게마저 거절당하면 언제까지고 저런 모습으로 옮겨다니다가 결국은 동물보호소 같은 데서 안락사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전 주인이 발톱을 다 뽑아버려서 자생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방생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얼렁뚱땅 내 가족이 됐다.


그러나 버림받은 상처로 인한 자폐 증상에서 쉬 헤어나질 못했다. 허구한 날 우울증 환자처럼 구석에 숨어서 ‘미아우 미아우’ 하며 흐느끼고, 자다가도 악몽을 꾸는지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질렀다. 왜 고양이를 데려왔던가 수없이 후회할 정도였다.


3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은 털을 휘날리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명랑고양이’가 되었지만, 발톱이 없어서 불편해하는 장면을 목격할 때면 여전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인간과 교감하는 존재인 고양이는 필요할 때만 사랑하고 싫증나면 버려도 되는 장난감이 아니다. 사람과 똑같이 사랑과 이해를 갈구하고, 제 새끼를 낳아 기르는 생명체인 것이다. ‘도둑고양이’라는 누명을 쓰고 도시의 골목을 배회하는 고양이들도 마찬가지다.


고양이는 오랜 세월 애완동물로 길러져 왔으면서도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과 번뜩거리는 눈빛과 야행하는 습성 같은, 산야에서 제멋대로 사는 야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바로 그 점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또 몹시 싫어한다. 특히 발정기 때 내는 아기 울음소리와 쓰레기봉지를 파헤친다는 이유로 심하게 미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올해에도 날씨가 풀린 봄날부터 도시 곳곳에서 새끼고양이들이 무더기로 태어나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에서도 외래종 잡종인 고양이가 작년에 새끼 네 마리를 낳더니 올해 또 네 마리를 낳았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세 안팎이지만 길에 사는 ‘길냥이’는 짜고 맵고 부패한 음식찌꺼기 때문에 고작 2, 3년을 연명한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그악스럽게 번식하며 개체수를 늘린다는 것이다. 돌을 던지거나 1만 원씩 주고 잡아들여 죽여 보았자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그들 역시 환경에 대응하며 자연의 섭리대로 종족 보존하는 생명체인 것이다.

쥐 잡는 용도로 활용되며 사람의 이기심 때문에 사람 곁에 머물다가 결국은 도시의 하이에나가 되어버린 그들을 이제는 조금쯤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사람 사는 환경 조건이 중요한 만큼 그들과의 ‘건전한 공존’을 진정으로 고민해 볼 때인 것이다. 인구의 과밀화처럼 고양이의 과밀화도 똑같이 경쟁력을 부추겨서 영역 싸움이나 기아, 질병 등으로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지역별로 피임약 섞은 사료를 뿌려주며 관리하거나, 불임수술을 한다거나, 각 가정에 분양한다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도 강구해 볼 시점이다.


박정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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