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몇 년 전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점들이 빼곡이 늘어서 있는 이대 앞 어느 골목에 들어 섰다가 나는 중남미 어느 나라의 길거리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가게마다 정신없이 빠른 템포의 음악을 귀청이 찢어져라 거리로 토해내고 있었다. 가게 안에 들어선 고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몰라도 그냥 거리를 지나치는 행인에게 까지 무차별하게 콩나물 세례를 퍼붓다니!

80년대 내내 나는 열대우림에서 동물 연구를 하기 위해 중남미에 있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를 자주 찾았다. 그곳은 유리창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버스에서나 여자 속옷들을 즐비하게 늘어 놓능 가게에서나 고막을 뒤흔드는 살사 음악 천지였다. 유학을 떠나기 전 70년대 한국에서는 물론 유학 중이던 미국에서도 전혀 겪어보지 못한 진기한 광경이었다. 그런데 그런 라틴 풍물이 90년대의 내 조국을 흥건히 적히고 있다니.

해마다 여름이면 서울 한복판에 살며 매미 소리가 시끄러워 못견디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어느 절간이나 한적한 시골에서 갓 상경한 분들인가보다. 누군가가 소음측정기로 재보곤 공사장 소음 수준인 60~70dB에 이른 다고 호들갑니다. 이 삭막한 도시에 조금이나마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노라 노래하는 매이 울음소리가 정작 자동차 경적이나 건설 현장의 드릴 소리보다 못하단 말인가!

도시의 소음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매미 소리를 탓하는 이들을 본 적이 없건만 주변이 온통 시끄러운 요사이 왜 갑자기 매미에게 손가락질일까!
매미 울음소리가 예전에 비해 훨씬 크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해로 인해 매미가 훨씬 시끄러운 種으로 진화 했다느니 주변 소음을 극복하기 위해 더 크게 운다느니 하는 이른바 "학계의 설명"은 전혀 근거가 없다.종이 그 정도로 변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때문이다. 그런 정도의 진화가 일어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서 늘 소리를 지르고 있는 매미들은 모두 수컷이다.
암컷은 노래를 하지 않는다. 그저 수컷들의 노래를 감상하고 점수를 매길 뿐이다. 매미 수컷들은 예나 지금이나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살아왔다.

노래방에서는 음정 박자 다 필요없이 무조건 크게만 부르면 높은 점수가 나온다지만 매미 수컷들은 남과 경쟁하여 이기기 위해서라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크게 불러야 한다. 그러다 보다 먼 곳에 있는 암컷들도 노래들 듣고 찾아올 것이고, 가까이 온 암컷이더라도 함께 불러대는 그 많은 수컷들 중에 나에게 눈길이라도 더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해서 갑자기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생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보다는 다른 이유들을 생각해 볼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모두 23종의 매미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울에 오래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전에 "맴,맴,맴"하면 음절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별되는 울음소릴 내던 참매미 소리가 지금보다 훨씬 흔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참매미 소리는 듣기 어렵고 여치 소리 비슷한 울음을 우는 애매미가 서울을 장악했다. 애매미는 참매미보다 한꺼번에 훨씬 더 많은 개체들이 태어나기 때문에 더욱 시끄럽다. 요즘 보면 참매미는 비교적 늦여름이나 나타나는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로 매미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저지른 죄를 들수 있다. 예전에 비해 건물이 엄청나게 늘어 매미의 울움소리가 빌딩과 빌딩 사이로 메아리치며 공명효과를 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방이 탁 트인 벌판에서 들리는 늑대 울음소리보다 좁은 골목길에서 울려나오는 옆집 개 짖는 소리가 훨씬 더 크게 들리는 것은 꼭 거리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매미들은 종종 여러 마리가 동시에 운다.그래서 더더욱 시끄럽게 들린다. 애매미의 울음은 구별이 잘 가지 않지만 참매미들이울때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라. 처음에는 하나둘씩 따로 울기 시작한 녀셕들이 이내 정확하게 박자를 맞추며 합창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모두 함께 뚝 그친다. 누군가가 호랑이도 무서워 한다는 곶감 얘기라도 한 듯이....

이른 여름부터 우리 주변에서 울어대기 시작하는 청개구리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청개구리 사회에서도 목청을 가다듬고 우짖는 것들은 모두 수컷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젖 먹던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거리의 법칙은 사실 이들의 세계에 더 잘 맞는 얘기다. 크게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암컷의환심을 살 수 있다. 여럿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르면 그만큼 더 크고 멀리 소리를 퍼지게 할 수 있다.그래서 태국의 반딧불이들은 한 나무에 모여 앉아 동시에 불빛을 낸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의 작은 전등들이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것처럼!

암컷을 유혹해야 하는 수컷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합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왜 갑자기 동시에 울음을 멈추는 것일까? 위험이 닥쳐 갑자기 엄출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꼭 위험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수컷들이 갑자기 울기를 멈추는 것 역시 암컷을 유혹하려는 작전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모두가 힘을 합해 먼 곳에 흩어져 있는 암컷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좋으나 일단 암컷들이 가까이 왔을 때는 내 노래가 옆 친구의 노래보다 조금 더 튀어야 암컷들의 환심을 살 가망이 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온갖 소음과 경쟁하듯 울어대는 애매미 수컷들도 어쩌면 암매미가 종종 나타나주기 때문에 가끔 울음을 멈추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노래를 별로 즐기지 앟는 이들에게는 퍽 다행스런 일이리라.

대한민국은 소음지옥이다. 예전에 분명히 이렇지 않았는데, 창문 열면 옆진 안방에서 무슨 TV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너무도 뚜렷하게 들리고,자기 사생활이 모두의 관심사가 돼야 하는 것처럼 온 지하철이 떠나가도록 전화 통화를 한다. 생선 장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지나가건만 허구한날 똑같은 생선을 가져왔노라고 말 배우는 앵무새 처럼 귀가 따갑게 떠들어댄다. 우리 나라가 언제 부터 이렇게 시끄러운 나라가 되있는가.

나는 척박한 기계소리보다 소박한 매미 소리가 훨씬 더 좋다.
내년 여름에 또 보자~매미야!!!!

발췌-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저자-최재천교수,동물학자
옮긴이 - 회원 이정일

<<느낌: 이제 매미소리가 시끄러워서 살충제를 뿌려서 잡느니 하면서 아무 죄의식을 못느끼면서 그냥 잡아 죽이는 계절이 다가오니, 이글이 새롭게 눈에 들어와서 옮겨 봤습니다. 여름을 상징한다던 매미 움음소리 조차도 인간의 적으로 변한 시대에 살고 있음이 영 씁쓸할 뿐입니다. 저는 여름에 매미소리를 들을 때 여름이란 계절의 건강함을 느낍니다. 그들만의 소리로 존중해 줄줄 아는 올해 의 여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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