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다음글은 얼마전 작고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수필중에서
개 이야기에 대한 글 을 옮겨 봅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어느 글에서나
생전의 선생님의 따뜻한 동물사랑의 마음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검둥이**

나는 어릴 적부터 집짐승을 좋아했다. 송아지는 가까이 가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결코 안겨주지 않았다. 소는 사람한테 그토록 순종하지만,어딘가 사람에게 가까이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염소새끼만큼 귀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 염소 새끼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고양이만은 잘 안기지만, 어른들은 방안에 못 들어오게 했다. 밥도 어른들 몰래 주었다. 겨울 밤 고양이를 이불 속에 넣어준다고 늘 꾸중을 들었다.

개는 내가 집에만 가면 반가워 길길이 뛰고 핥고 하여 늘 내 옷을 흙투성
이로 만들었다. 그러나 집짐승들의 마지막은 모조리 비참했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좀 들면서부터,내가 어른이 되면 짐승을 집에서 기르지는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어른이 되고 보니 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집안 일이 란 나 혼자의 생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어느 산골 학교에 있을 때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이름은 검둥이라 했다. 이 검둥이만은 팔지도 말고,
물론 죽이도록 하지는 말아야지 생각했다. 검둥이는 큰 개가 되었다.
한번은 이사를 하게 되어 수백리 길을 검둥이도 같이 차를 타고 옮겨갔다. 거기도 산골이었다. 그런데 이사를 한 다음날 검둥이는 행방불명이 되어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틀림없이 못된 사람들이 잡아먹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다. 그 지방에는 남의 개를 몰래 잡아먹는 일이 가끔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개를 모조리 끈을 달아 집안에 매어두지만, 그때는 개를 모두 놓아 길렀을 때라 우리 검둥이도 새로 옮겨간 그곳의 골목과 논밭과 냇가를 제 세상 같이 마음대로 뛰어다녔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검둥이는 낯선 사람이 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가까이 가고 했으니 얼마나 잡기 쉬웠겠는가.


*** 진돗개 ***

도시에서 살게 된 뒤에 또 한 번 개와 인연을 맺게 된 일이 있다.
큰 아이가 어디서 ,잡을 잘 지켜준다면서 진돗개 한 마리를 갖다 놓았다.

"이게 아주 순종이래요. 큰 개는 주인이 바뀌면 좀처럼 새 주인을 따르지 않는다고 하니,좀 여러 날 잘 돌봐서 정을 붙여줘야 할 겁니다."

무슨 개가 그럴라고...
내가 잘 봐주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래서 개를 붙들어 매지도 않고 집에 그냥 두었다. 그런데 데리고 온 바로 그날 ,대문이 조금 열린 틈으로 그만 나가버렸다. 한 발쯤 되는 끈을 목에 단 채로.

어디로 갔을까?

천리 먼걸을 차를 타고 왔으니 설마 옛 주인을 찾아갈 수야 없겠고,어느 골목을 헤메고 있을까? 진돗개라 모두 탐이 날 텐데,,누가 금방 끌고 가겠구나 싶어 애가 탔다. 목에 끈이라도 없다면 잘 잡히지 않을 것인데,하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본 아이가 나왔다. 저쪽으로 그런 개가 가더라 했다. 그곳으로 가서 다시 묻고 해서 결국 뒷산으로 올라 갔다는 것을 알고 우선 마음이 놓였다.

산을 올라가면서 개를 불렀다. 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잊었지만 전부터 불러온 이름을 그대로 불렀다. 그렇게 해서 한참 산속을 헤멘 끝에 개를 찾아 냈다. 개를 찾기는 했지만 붙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아직 하루도 같이 지내지 못한 나를 주인이라 여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 낯설은 천지에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익은 나를 다른 사람보다도 덜 두려워 할 것 같기도 해서 자꾸 불렀다. 힘없이 한 걸음 한 걸음 가랑잎을 밟고 올라가던 개가 돌아왔다. 나는 손짓을 하면서 이리 오라고 애원을 했다. 개는 그대로 서서 가지도 않고,오지도 않고 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나는 개한테 걸어갔다. 달아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을 조이면서 걸어 갔는데 개는 여전히 그대로 서 있었다.이래서 결국 개의 끈을 손에 잡을 수 있었다. 나는 개를 껴안아 주고 싶었지만 개가 혹시 놀랄까 싶어 그만두었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려 해도 경계하는 눈빛이어서 단념하고 끈을 잡고 내려 오니 따라왔다.

집에 와서 개를 메어 놓고 먹을 것을 갖다 주었지만 먹지 않았다.
배가 더 고프면 먹겠지 했는데 그날도 다음날도 먹지 않았다. 어디가 아픈것 같았다. 죽을 줘도 고기를 줘도 먹지 않았다. 닷새가 되어서야 병원에 데려 갔더니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진돗개는 다 커서 주인이 바뀌면 먹지 않는데,진작 알았더라면 손을 쓸 수도 있었을것을....하는 것이 의사의 말이었다. 결국 그날 밤에 개는 죽고 말았다.

그 개가 죽을때 우리를 쳐다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는 쓰다듬고 안아주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힘이 없어서도 가만히 있었겠지.

우리는 또 한 번 사람을 따르는 생명을 죽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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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이오덕의 자연과 사람 이야기 -나무처럼 산처럼- 中에서
옮긴이: 회원 이정일

<<느낌: 이오덕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애잔한 동물사랑 마음이
겹겹히 묻어 나옴을 느낌니다. 사랑스런 개들이 사람입에 먹이로 먹히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현실에 정말 할 말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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