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read 7666 vote 0 2004.06.04 (14:59:38)

http://home.freechal.com/catopia/


턱시도는 멋진 고양이였습니다. 몸 전체가 검정색이고 턱받이와 네 발만 하얀색인 턱시도는 마치 화려한 디너 파티에 가는 신사 같았습니다. 연한 노란색 눈동자를 가진 그 크고 얌전한 수고양이는 고양이 비뇨기 증후군(FUS)의 증상 중 하나인 요로 폐쇄증에 걸려 우리 병원으로 왔습니다.



FUS에 걸린 고양이들의 방광에서는 아주 작은 결석이 생겨나 그 결석들이 요도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요도가 막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소변은 다시 요도를 타고 올라가 신장을 심각히 손상시키며 결국 요독증이 생겨 고양이가 죽게 됩니다. FUS에 걸릴 가능성은 수고양이가 훨씬 높으며 요도폐쇄가 몇 번 반복되면 회음부 요도루 설치술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요도가 막힌 부위의 공간을 넓혀 주는 수술입니다.



턱시도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그 애는 생후 5년 동안 세 번이나 요도가 막혀 병원으로 왔습니다. 포도알 만해야 정상이었을 그 애의 방광은 검사해보니 오렌지 만한데다 돌처럼 딱딱해져 있었습니다. 그 애는 요독증에 시달리며 죽을만큼 고통스러워하며 구토를 했습니다.



나는 턱시도의 보호자와 수술에 대해 의논하며 수술하기 전에 해독부터 해야할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수술과 입원 비용이 어느 정도 들지도 얘기 해줬습니다. 그 말을 듣자 그는 턱시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넌 정말 괜찮은 놈이야. 하지만 그 정도의 가치는 없어.”



나는 그가 그 정도의 돈은 쉽게 한 번 만에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할부로 지불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그냥 안락사 시키라고 말했고 도저히 더 이상의 설득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는 결국 안락사 비용만 내고 그의 오랜 친구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병원을 떠났습니다.



나는 그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그 애의 보호자가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바보라는 이유로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요도의 막힌 부분을 뚫고 해독을 하기 위해 턱시도에게 정맥주사를 놔주고 며칠 후에 하게 될 수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환자는 별 탈없이 회복했고 그 애는 우리 병원의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가 되었습니다.



병원 업무 시간 동안에 턱시도는 병원을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음식을 찾아먹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번은 내가 아주 못됀 고양이가 입원해있는 철장을 지나가는데 그 못됀 녀석이 철장 밖으로 갑자기 손을 내밀어 내 팔이 거의 그 칼날 같은 손톱에 다칠 뻔 했습니다. 그 때 우리 순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턱시도는 곁에서 무섭게 으르렁 거리고 있다가 그 사나운 고양이 쪽으로 점프해 공격했고 그 고양이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 때는 마치 턱시도가 “당신이 나를 구해줬으니 이제 내가 당신을 보호해줄께요.” 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턱시도가 병원에 있은지 약 2 달 후, 나는 그 애를 장모님께 보내도록 결정했습니다. 연세가 83인 장모님은 혼자 살고 있었는데 그 때는 장모님께서 키우시던 미스 키티라는 샴고양이가 죽은지 3년째였습니다. 장모님은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거의 미칠 지경까지 이르러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하셨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턱시도를 데리고 장모님 댁으로 갔습니다. 장모님은 거절하려 했지만 예상대로 그 분이 턱시도에게 푹 빠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장모님은 턱시도가 달라는 대로 끊임없이 음식을 주셨습니다. 얼마되지 않아 그 늘씬하던 고양이가 빵빵한 흑백색 쿠션처럼 변했습니다. 그 애는 계속 커져 몸무게가 10kg까지 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장모님이 넘어지셔서 골반이 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장모님은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셔야 했고 항상 음식을 달라며 장모님을 따라다니던 턱시도를 떼 놓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장모님의 상태는 다시 턱시도를 돌 봐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져 나는 그 애를 다시 병원으로 데려가 최소한의 음식만 주며 다이어트를 시켰습니다.



몇 주 후, 턱시도는 다시 정상적인 크기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피쉬맨이라는 젊은 부부가 병원으로 찾아와 어디로 가야 멋진 고양이를 입양 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어찌나 사람을 잘 찾아 왔는지!



나는 그로부터 8년 후에 턱시도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애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지만 건강상태는 꽤 좋았습니다. 피쉬맨 부부는 그 애를 너무도 끔찍히 아꼈습니다. 그 애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잘 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무척 기뻤습니다.



그 후로 아주 최근에 전문의인 빌이 2층으로 전화해 피쉬맨 부부가 턱시도와 함께 병원에 왔다고 했습니다. 우리 턱시도가 보고 싶었냐구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어 대답은 생략하겠습니다!



내가 내려가니 피쉬맨 부부가 너무나도 야위어진 턱시도를 안고 대기실에 있었습니다. 턱시도는 일반적인 노화에 의해 야위어져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약한 신장기능도 항상 문제였습니다. 그 애의 얼굴은 홀쭉했고 눈은 푹 들어가 있었고 빛을 잃은 피부는 아래로 늘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 연약한 턱시도를 안아 올려 2층으로 가 버니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턱시도를 꼭 안았고 우리는 그 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는지를 회상했습니다. 그 애의 모습으로 보아 나는 그 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주 후, 빌이 또 나에게 턱시도가 왔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살아있는 턱시도가 아니었습니다. 그 애는 힘겹게 눈을 뜨고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안락사 외의 선택은 없었습니다. 피쉬맨 부인은 병원 밖으로 나가 울었고 그들은 어린 딸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턱시도는 17 살이었습니다.


턱시도의 첫 번째 보호자는 아직도 우리 동네에 살고 있으며 가끔씩 길거리에서 나와 마주치기도 합니다. 이 날까지도 그는 그의 고양이가 12년 간의 “사후 세계”를 경험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by BERNARD WASSERMAN, DVM




출처 "잡지 Cats&Kittens 9월호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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