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read 17593 vote 0 2018.04.24 (04:00:18)

▼ 2018년  3월 달력 모델이 된 '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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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보호소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다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입소하게 됩니다.


개중에는 뭔가 평범함 사연을 가지고 보호소까지 오게 된 고양이도 있고, 뭔가 엄청난 에피소드를 가지고 힘들게 여기까지 온 녀석도 있습니다.

다들 인연이지요.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여기서 인연을 맺은 고양이들과 마지막 까지 행복 할 수 있도록 보호소 식구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달력 모델이 된 예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삐의 원주인은 90살이 넘은 할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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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삐'와 할머니



할머니와 오랜 세월 함께 살았던 노묘 '예삐'.

아마 집에서 혼자 지내는 할머니를 벚 삼아, 할머니의 오랜 친구이자 동거묘로서 긴 세월 함께 했을겁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몸이 아파 쓰러지시고 더 이상 혼자 지낼 수 없어 요양병원으로 가게 되었을 때,

할머니의 가족들은 제일 먼저 동거묘인 예삐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협회는 자주 상담 전화를 받습니다. 내용은 노모가 시골에서 혼자 개를 키우시는데 이제 몸이 아파 개를 더이상 돌볼 수 없으니 어디 보낼 곳이 없겠느냐는 가족들의 문의전화를요.

이런 종류의 상담전화를 너무 많이 받다 보니 나이가 많은 노인이 혼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반려동물에게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일인가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협회는 입양을 보낼때 노인분일 경우, 위급한 상황일 때 그 가족들이 동물을 대신 보살핀다는 약속이 없이는 보내지 않습니다.


쓰러진 노모를 대신해 고양이를 맡아줄 곳을 찾던 자녀분 김성렬씨에 의해 고양이 예삐는 2017년 중순에 이 곳 고양이 보호소로 오게 되었습니다.


원칙적으로 협회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해 보호소 문을 두드릴 때는 입소를 받지 않습니다.

왜냐면 본인이 키우는 동물은 끝까지 본인의 책임이기 때문이고, 보호소는 그런 개인적인 사정으로 파양하려는 동물들을 다 받아줄 만큼 여유가 없고, 이곳은 떠돌다 다쳐서 구조된 동물들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키우던 반려동물이지만 너무나 사정이 딱해서 머물 곳을 찾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워 구조의 개념으로 입소를 허락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상담전화를 받다 보면 느끼게 되는 것은, 충분히 키울 수 있는데도 약간의 힘겨움으로 반려동물을 쉽게 포기하거나, 나름 극복할 수 있는 개인적인 사정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곳으로 보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아무튼 고양이 예삐 역시 아무도 돌봐 줄 가족이 없어 쓰러진 할머니와 헤어져 이곳 고양이 보호소까지 오게 된 슬픈 케이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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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삐는 온 첫 날 부터 이곳 젊은 고양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텃새를 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삐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 공동생활에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나이가 너무 많아 보호소 고양이들도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이질감을 많이 느끼는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삐는 이빨도 거의 없을 만큼 노묘였습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함께한 할머니를 잃고 이곳에 왔습니다.

사람도 나이들 수록 환경이 바뀌는데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예삐 또한 나이가 많아 하루아침에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보호소 식구들이 예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이곳 고양이들과 평온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남은 생을 이곳에서 편안하게 보내도록 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다행히 예삐는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니까요.


이제는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보호소에 온지도 거의 10개월.

언제 힘들었나 싶을 만큼 자연스레 이곳 식구가 다 되었습니다.

촬영 때문에 잠시 잠을 깨운 예삐의 모습입니다.

 





앞으로도 장수하며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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