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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애견이 [보조 교사]로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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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애완견과 함께 하는 즐거운 수업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독일은 '개의 천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개들이 대접 받는 나라이다. 직업에서 은퇴하고 자식들을 독립시킨 노인들 중에는 개 없이 지내는 이들이 거의 없을 지경이며, 아침 산책길이나 조깅에 나선 젊은이들 옆에도 십중팔구 개들이 따라다닌다.

이제는 개들이 학교 수업에 빠져서는 안 될 존재로까지 인식되게 되었다. 여기 한 수학 교사가 키우는 개들이 학교 수업 현장에서 어떤 학습 효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주는 예가 있다. 독일 서남부, 스위스와의 국경 지대에 놓여 있는 도시 줄쯔부르크의 에른스트-라이쯔 학교의 수학 시간을 한번 엿보기로 하자.

개와 함께 하는 즐거운 '학교 수업 시간'

수학 교사가 한 아이의 방정식을 들여다보고 있는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이럴 수가! 꽤 큰 덩치의 베이지색 개 한 마리가 '찹찹' 소리를 내며 물을 마시고는 책상과 학생들 다리 사이를 오가며 뭐 먹을 게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반 학생들에게는 일상화 된 일이다. 학생들은 한 손으로 자기 공책에 수학 공식을 풀어 나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개를 쓰다듬는다. 순해 보이는 래브라도종 쥴과 니나는 수학교사 베른트 레쯔라프의 조교들이다.

이 두 마리 개는 순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다소 살이 쪘다. 이들이 교실에서 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상처 받은 학생들을 위로해 주고, 공격적인 아이들을 순화시켜 주며, 때로 용기를 주기도 하고, 반 전체의 분위기가 우울할 때는 기분을 상승시켜 준다. 어디 그뿐인가, 이들은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한다.

"개들 덕분에 저는 교육학 서적을 들추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수업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안해도 됩니다."라고, 베른트 레쯔라프 교사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이 개들은 그의 수업에 있어 단순한 참석자가 아니라 교육학적 의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다.

학생들은 개로부터 무조건적인 애정을 경험

원래부터 동물을 사랑했던 이 교사의 실험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 당시 레쯔라프 교사는 줄쯔부르크에서 한 반의 담임직을 맡아야 했는데, 이 반은 폭력이 그칠 날이 없었고, 늘 도난 사건이 발생했으며 의자들이 날아다니고 옷이 찢어지는 등의 일이 끊이질 않았다. 레쯔라프 교사는 이 반을 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런데 학생들과 함께 교실을 칠하는 날, 놀라운 일이 생겼다. 수학 여행이나 소풍 때에 늘 개를 데리고 다니던 레쯔라프 교사는 이 날 쥴을 데리고 왔는데, 쥴은 늘 그렇듯이 교실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페인트가 머리에 묻지 말라고 신문지로 만들어 쓰는 삼각 모자를 뒤집어 쓰기도 하고 온 몸에다 페인트를 묻히고 다니는 등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갈 때가 되자 아이들이 모두 물었다. "쥴도 수업에 들어오면 안 되나요?"

바로 이 순간 레쯔라프 교사는 개를 수업에 늘 데리고 들어와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스위스 쮜리히에서 낸 한 연구 결과를 보게 되었는데, 그 보고서에 따르면 수업에 개를 데리고 들어오면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곧 학부모들과 이 문제를 두고 상의했고, 아이들 중 하나라도 개에 대해 너무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 곧장 이 시도를 끝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부모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쥴과 니나가 수업에 참석하기 시작한지 이제 2년이 지났다. 3년 전 문제 학급으로 꼽혔던 레쯔라프 교사의 반 아이들은 이제 9학년이 되었고, 그 사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반 분위기는 훨씬 밝아졌고, 떠드는 소리의 수위도 상당히 낮아졌으며 의자는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있다.

개들은 교실의 소음을 줄이고 따뜻한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큰 기여를 한 셈이다. "개들은 자기를 쓰다듬어 주는 사람이 나쁜 점수를 받았는지, 아니면 너무 뚱뚱한지, 여드름이 났는지에 상관없이 좋아하거든요." 레쯔라프 교사의 이 말이 던져주는 의미는 크다. 학생들은 개로부터 무조건적인 애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코소보에서 온 열다섯살짜리 학생의 변화는 놀랍다. 그는 건장한 체격의, 말하자면 약간 깡패 같은 이미지를 주는 학생으로, 난민으로서의 불안정한 존재 조건에서 오는 불안감을 폭력적으로 발산하곤 했다. 그러나 개들이 수업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는 자주 개들과 함께 바닥에 누워 개들을 쓰다듬곤 했다.

"그는 개들에게 자신이 여태까지 숨기고 있던 부드럽고 감성적인 부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거죠. 개들을 쓰다듬는다고 해서 놀림감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라고 레쯔라프 교사는 덧붙인다. 한 회교권의 여학생 하나는 수학 시험 때마다 지나치게 긴장하곤 했는데, 어느 날 인가부터 개 몸에 발 하나를 얹어 놓고 시험을 치르면서 자기 실력을 백 프로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동물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배운다"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쿠르트 코트르샬의 연구 결과 또한 레쯔라프 교사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 보고서는 열살에서 열두살까지의 학생들을 8주 동안 관찰한 뒤 씌어졌는데, 4주 동안은 개와 함께 그 뒤 4주 동안은 개 없이 진행된 수업이었다.

이 보고서는 개와 함께 있었던 시간 동안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학생들은 활발해지고, 지나치게 활동적이고 공격적이던 학생들은 오히려 차분해지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개들이 처음 수업에 들어오면 교실 분위기를 다소 흐트려 놓기는 한다. 하지만 결국 학생들은 수업에 좀더 잘 집중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이다.

그렇다면 왜 개들이 수업에 이런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일까? 에어랑엔 뉘른베르크 대학의 한 심리학자에 따르면 동물들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동물들과 함께 지내고 그들을 관찰하면서 동물들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도 더불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심리학자는 이러한 효과를 수업에 활용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레쯔라프 선생의 학교 교장 안네마리 크빈트 역시 개들이 가져온 학습 효과를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업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산만해서 수업이 안 된다, 이런 말은 사라졌지요." 라는 게 그녀의 말이다.

레쯔라프 선생은 독일 전역에서 이메일과 편지, 전화 문의를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쥴과 니나가 훈련된 특수한 개라고 오해하지만, 이 두 마리 개는 그저 평범한 들일 뿐이고 특징이라면 순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쥴과 니나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레쯔라프 선생이 들으면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어쩌다 레쯔라프 선생이 아파서 학교에 오지 못하면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이 못 오시더라도 개들만 학교에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라고.  


2002.08.03 ⓒ Die
Zeit  


강윤주 기자는 <즐거운뉴스> 독일 통신원입니다. 한국에서 국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현재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영화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3세계 국가의 영화인들이 어떻게 하면 힘을 합쳐 대안적인 영화 산업 구조로 헐리웃의 상업 영화 체제에 대항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으며,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진보적인 청소년 문화 교류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합니다. 즐거운뉴스의 즐거운 통신원이 되도록 즐겁게 뛰어볼 작정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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