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애완동물이 소외 아동 만났을 때 …
중앙일보 기사
게재일 : 2004년 05월 31일 [10면]
기고자 : 배노필 기자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위탁되는 아동은 전국적으로 매년 1만여명.
주인이 갖가지 이유로 길거리에 버린 애완동물은 지난해 서울에서만 7000여마리. 버림받은 애완동물을 통해 소외 아동의 상처를 치유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본지 5월 3일자 10면>
공공정책 등을 연구하는 사설 기관인 한국정책연구원과 차지우 동물병원은 30일 "소외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버려진 동물을 돌봄으로써 책임감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일깨우는 PAL(People and Animals Learning:인간과 동물의 상호 교화과정)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정책연구원 등은 29일 서울 신당동에 동물 수술실·심리 치료실 등을 갖춘 80평 규모의 PAL 병원을 마련했다. PAL프로그램은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매개로 소외 아동을 교화시켜 탈선을 막고 정상적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미국에서 개발됐다.
소외 아동들은 PAL 병원에서 병든 채 거리를 떠돌다 구조된 애완동물의 치료 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붕대를 감아주거나 목욕을 시키는 등 체험을 하게 된다. 소외 아동이 자신의 보살핌으로 마음을 여는 동물을 대함으로써 잠재된 폭력 성향을 누그러뜨리고 사회적응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한국복지재단의 협조를 받아 이번 주부터 사회보호시설에 수용된 아동 20명을 초청해 유기 동물들과 결연의 자리를 마련한다.
경찰청 김병준 보안국장은 "미국에서는 동물학대도 가정폭력으로 간주한다"며 "가정폭력의 희생자인 소외 아동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