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모여 무슨 모의를 하는지... 호야가 길송이게 장난을 걸고 있다. 동이는 관심이 없는 듯...이러다가 싸우지 않을까 걱정하였는데 장난으로 끝냈다. 길송이가 워낙 점잖고 착하기 때문에 호야에게 약간 맞기도 하였지만 피해 주었다.
우리 형제가 사는 방에는 "별님" "길송""길동""달랑" 등 몇마리 작은 꼬마 개들이 함께 살지요. 우리 삼형제는 항상 사이가 좋으며 단결을 잘 하였습니다. 특히 다른 개들이 우리 형제 누구라도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괴롭히기만 하면 우르르 합동하여 깨물어 줍니다. 그렇다고 심하게 무는 것은 아닌데 당한 애들은 허겁을 떨며 죽는 시늉을 하는 비명소리를 내지요.. 우리들을 돌보는 직원 진영씨는 자주 그런 일을 저지르는 우리들에게 화가나서 고함을 지르며 달려와서는 우리를 한 대씩 때려줍니다. 우리는 그런 진영씨가 좀 밉기도 하고 무서워 진영씨가 청소하러 들어오면 구석진 곳으로 살살기어 들어가 숨어 버립니다. 진영씨는 "그래! 너것들 내가 미울거야! 다른 애들 괴롭히지만 않으면 절대 혼나는 일이 없을거야" 그래도 청소하는 빗자루로 우리를 때릴 것만 같아 모두 숨 죽이고 눈 찔끔 감고 진영씨가 나갈 때까지 숨도 안 쉰곤 하였지요.
우리는 식성이 좋아 많이 먹어도 별로 살이 불지않고, 날씬한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발로 서기도 잘합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헬리콥터가 소리를 요란스럽게 내면서 날아가고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별로 그 소리가 신기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우리 형제들은 목을 빼고 헬리콥터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서 본다고 애를 쓰다보니 눈이 시려 깜빡~ 깜빡거리며서 두 앞발을 들고 계속 서 있었지요. 나중에는 눈물까지 다 났답니다. 우리의 모습을 동물구조부장이 고양이 울타리에서 보더니 웃으면서 "저럴 때는 참으로 귀여운데... " 하였어요. 우리들이 밉다는 진경씨도 웃지 않을 수 없던지 웃으면서 "그러게 말이지요. 에그 원수들...좀 짓지 말고, 다른 애들 괴롭히지 말면 누가 뭐라나? 이뻐해 줄 것인데 ..." 하였어요.
오늘 협회장이 왔어요. 협회장이 들어오면 우리는 너무 좋아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짖고 풀쩍~ 풀쩍 뛰면서 갈갈갈 넘어가는 소리로 요란을 떱니다. 협회장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오시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애들에게 못땐 짓을 하는 것을 볼 기회가 없지요. 협회장이 함빡 웃으면서 "애들아! 맛 있는 것 먹자" 하시면서 깡통밥을 한아름 안고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한 숟갈씩 우리 입으로 넣어줍니다. 꼬마들은 서로 먼저 먹겠다고 앞 다투어 나가도 순서대로 골고루 다 나누어 주지요. 이렇게 맛 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데... 아니 진영씨가 들어오지 않겠어요. 우리들은 놀라 먹던 것도 치우고 '엄마야! 날 살려라" 하면서 나무 판자 밑으로 막 숨었어요.
그랬더니 협회장이 "이 애들이 진영씨 들어오니 막 숨는데 평소에 많이 때렸어요?" 하고 물어죠 "아니, 많이 때릴 수 없지요. 다른 애들 괴롭힐 때만 제가 고함지르고, 한 대 때려주려고 하면 얼마나 날쌔게 도망을 잘 가는데 맞을 사이도 없어요" 하였다. 하긴 진영씨 말도 맞습니다. 우리는 몸이 작고 날씬하여 미꾸라지처럼 잽싸게 도망을 잘 가 맞을 틈도 없지만 고함 지르는 것만이라도 우린 무서워요. 진영씨는 우리가 단결하여 다른 애들 괴롭힌 것을 협회장에게 다 일러주어 협회장도 우리를 미워할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협회장은 진영씨에게 " 애들이 지금 먹고 있는 중이니 맛있게 먹도록 놔두고 치울 것이 있으면 나중하면 안되겠어요.?" 하였다. 진영씨는 "치울 것은 없고 여기 밥그릇만 갖고 나가면 됩니다" 하면서 곧 나가 버렸어요. 진영씨가 나가고 난 뒤 우리는 즉시 뛰어나와 협회장이 주는 음식을 모두 잘 받아 먹었지요. 협회장은 꾸중을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귀여운 것들..." 하면서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을 그렇게 뭉쳐서 괴롭히면 안된다. 그리고 제발 너무 짖지 말아라." 하였습니다. 그래서요, 앞으로는 다른 애들을 뭉쳐서 때리고 물고하는 일은 좀 하지 말자, 그리고 짖는 것도 조용하게 하자"고 우리는 서로 속삭였지요.
(금이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