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남이 뒤 동곡이
나의 뒤를 보세요. 성이, 동곡이(오래전 목의 깊은 상처가 치유되고 난뒤 모습이 좀 보기가 그렇지요.. 그리고 기 죽은 퀴리. 홍이는 사진찍는다면 숨는 아이라 여기 없지만) 대충 나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겠지요.
나는 다른 동료 넷과 함께하는 울타리에서 지냅니다. 여자 자매
동곡이와 성이, 그리고 남자
홍이, 퀴리와 한 울타리에서 살고 있어요. 동곡이와 성이는 먼 전라도 곡성이라는 촌에서 온 촌띠기 여자들입니다. 그래도 내게는 그들이 매력적으로 보여요. 홍이도 마찬가지 전라도 홍릉이라는 촌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홍이는 얄밉게도 촌티가 나지 않고 귀티가 나는 귀공자가 같고 또 행동도 고상하게 굴어 사람들로부터 사람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퀴리는 서울서 가까운 인천에서 온 애라 좀 세련되고 인물도 좋은 라브라도 리트리바에요. 내 소개를 하자면 대구 출신인데 내가 좀 바람둥이라 여자를 쫒아 다니기 위하여 가출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차에 치여 지나가는 사람이 한국동물보호협회에 신고하고 여기에 오게 되었어요.
우리 다섯은 대체로 사이 좋은 편이나 여자 자매 동곡이와 성이 때문에 다투기도 하고 무섭게 싸울 때도 있답니다. 결국 내가 둘 다 거느리게 되었고 동곡이 성이도 또 나를 매우 좋아한답니다. 내가 둘이를 차지하게 된 것은 내가 남자 애들 중 가장 힘이 세어서가 아니에요. 다른 남자 애들,
홍이는 너무 점잖고 신사라 사랑 표시를 잘 못하고 퀴리는 마음 먹으면 나보다 훨씬 힘이 더 셀 거에요. 그러나 너무 유순하고 덜렁되기만 하고 요령이 없어 여자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이죠. 내가 그 애들을 차지하게 된 것에는 적극적인 사랑 공세와 또 내 잘 난 인물도 한 몫 한 셈입니다.
한 때는 퀴리가 힘이 나보다 세어 나를 때리 누이고 동곡이 성이를 퀴리에게 뺏아기기도 하였지만 좀 바보스러울 만큼 너무 어질고 덜렁대기만 하다가 결국 두자매는 또 나에게 모두 오게 되었어요. 성이가 성깔이 있고 동곡이보다 욕심과 질투심도 많아 항상 성이가 나를 차지하고 내 곁에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동곡이가 내 곁에 좀 있으면 성이가 동곡이를 가만 내 버려두지 않고 괴롭힙니다. 만날 당하던 동곡이가 어느날 용기를 내어 성이에게 대들었는데 왠걸 힘이 성이보다 못하지 않았어요. 싸우다보니 동곡이가 좀 이기는 듯하였답니다. 힘이 비슷하여 이제 둘이 늘상 티격 티격 자주 싸워요. 보자하니 나는 짜증이 나서 둘이를 한 대씩 갈겨주고 인상을 그렸더니 좀 조용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