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고양이 쉼터 핑크방 옆에 있는 작은방 "파란방"에는,
고양이 "금강이", "똘똘이", "양양이"
이렇게 3친구가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 파란방 "금강이"와 "똘똘이"
▲ 똘똘이
똘똘이가 여기 쉼터까지 오게 된 사연을 이렇습니다.
2018년 5월 중순.
대구 동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내에서,
이 아파트 주민인 선화씨는 지하 4층 주차장에서 계속 머물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어쩐 일인지 유독 선화씨가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면 나타나 방금 주차 한 선화씨 차 앞에서 밥을 달라고 울며 보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는 많이 허약해 보였고, 잘 먹지 못한 듯 말라 보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하 1층도 아니고 지하 4층, 이 깊은 지하 4층 주차장까지 고양이가 내려와 있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선화씨는 이 고양이가 가여워 매일 밤 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이 고양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서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한 선화씨는 고양이를 지상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몇 번 시도를 하였지만 그때마다 고양이는 도망을 쳤고, 평소에는 절대 사람 손에 잡히지 않는 길고양이였다고 합니다..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지내는 길고양이라...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있지만, 지하 4층이 너무 깊어서 나가는 길을 몰라 이대로 지내는 걸까?
어떻게든 지상으로 내보내 주고 싶었던 선화씨는 고양이 덫을 빌려 이 고양이를 잡는데 성공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지상 밖으로 내보내 주게 됩니다.
아~ 다행이다. 이제 마음껏 잘 살아라!
이렇게 생각하고 마음이 편안해졌던 선화씨는 일주일 뒤에 다시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밥을 달라고 하는 녀석과 한 번 더 마주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고양이는 지상으로 못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살려고 스스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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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선화씨는 매일 밤 다시 녀석의 밥을 챙겨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때쯤해서 지하주차장에서 사는 이 길고양이 때문에 아파트 관리소장, 주민들의 민원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대로 두다간 누군가 이 녀석을 신고해서 어디론가 잡혀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던 선화씨는
할 수 없이 고양이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협회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릅니다.
협회 쉼터는 구조 동물들로 항상 만원이지만...(2018년 여름도 예외 없었습니다.ㅜㅜ)
사연을 듣고 이 녀석을 여기 쉼터에서 거둬주지 않으면 녀석 때문에 골치 아팠던 아파트 관리소장님과 직원들이 고양이를 지하 4층에서 밖으로 내보내고 다시 들어오지 못하도록 뭐라도 조치를 취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구조를 결정하고 녀석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 뒤론 일사천리.
녀석을 잡고 싶어 안달 났던 아파트 관리 직원들의 도움으로 녀석은 곧바로 덫에 포획되어 이곳 쉼터로 실려 오게 됩니다.
2018년 8월 22일 어느 무더운 여름날의 일입니다.
▲고양이 쉼터에 온 똘똘이
똘똘이가 쉼터에 온 첫날.
예상치 못하게도 똘똘이는 완전한 길고양이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잠시라도 사람과 함께 살았던 적이 있는 고양이 같았습니다.
지금은 비록 길고양이화 되어 사람에 대한 경계가 좀 심하지만, 그 공격성이 여느 야생 길고양이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사람의 손길을 기억하는 몸짓으로 보아 첫눈에 사람과 함께 산 경험이 있는 고양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챘습니다.
에고..누군가 너를 그 아파트에 두고 떠난 거니?
이제 이해가 되었숩니다.
겨울도 아닌 날씨에 지하 4층 주차장까지 내려와 지내던 녀석을.
아마도 실내 환경이 그리워 어디론가 안전한 곳으로 들어 가고 싶었을테고, 그래서 집안 같은 포근한 느낌이 나는 지하 4층 주차장까지 내려가 그곳을 터전으로 삶고 지냈던 것이었습니다.
지하주차장을 새집으로 삼으면서...
만약 이곳 쉼터에서 받아주지 못했다면 지금쯤 녀석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파트 직원들에게 잡혀 아파트 밖으로 방사되었을까! 자꾸만 지하주차장으로 다시 내려와 결국 더 멀리 쫓겨가게 되었을까?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래, 여기까지 온 것도 인연이구나.
누군가 찾는 사람이 있었다면 벌써 나타났겠지요.
3달 넘게 지하주차장에서 지냈지만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발견 당시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고,
선화씨가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지하 4층 주차장에 지내는 고양이로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이미 유명한 고양이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래 , 이제는 여기가 너의 집이란다.
선화씨는 고양이가 똑똑하게 지하주차장으로 잘 찾아 내려왔고, 자신을 구해 줄 사람을 잘 알아봤다고 이름을 '똘똘이'로 지어주었습니다.
똘똘이는 그렇게 선화씨의 간절한 구조요청으로 쉼터 식구가 되었습니다.
▲처음 2~3일간 무서워서 이불 속에 숨어 꼼짝도 안 하던 똘똘이.
▲ 일주일이 지나자 슬슬 다른 고양이들과 친해져 밥도 먹고 잘 적응 중인 "똘똘이". 곁에 있는 아이는 지금은 입양 간 고양이 "경북이"
▲고양이 쉼터에 온 후로 한 달쯤 지난 모습
▲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경계 중
처음 몇 달간은 손대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어찌나 도망을 다니는지...
두려움 때문에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꽤 오래 바깥 생활을 한 걸로 짐작이 갔습니다.
하지만 조심히 잡아서 안아 주면 사람의 손길이 기억나는지 다시 얌전해집니다.
▲10분 실랑이 끝에 얌전히 사진 찍히는 걸 허락해 준 "똘똘이" - 지금은 집고양이 모드 중
2019년 7월.
이제 똘똘이가 이곳에 온 지 만 11개월이 되어갑니다.
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져 이곳에서 편안하게 지내면서 봉사자들 앞에서도 더 이상 숨지 않고, 집사가 만질 때도 얌전히 만지게 해주는 반 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처음 몇 달에 비해 참 많이 변했지요.
물론 아직 완전히는 아니구요.
구충약 먹을 때나 귀청소 할 때는 가끔 길고양이 모드로 돌아갈 때도 있긴 하지만...^^
무더운 여름날.
오늘도 똘똘이는고양이 쉼터의 새로운 젊은 수컷 보스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뭘 보시나 냥~
▲집사가 준 장난감에 관심 없는 똘똘이 '이런것 따위~!'
▲ 시원한 타일 바닥에 발 뻗고 누운 똘똘이
▲때때로 창밖 감상하는 똘똘이.
하지만 실내가 더 좋지 않니?
첫날부터 지금껏 한 번도 밖으로 나가려고 탈출을 시도한 적이 없습니다.
다른 길양이들에 비해 너무 얌전했던 똘똘이.
▲앗! 카메라 들어가자 긴장하는 똘똘이.
▲할 수 없이 줌 땡겨 멀리서 사진 찍은 "똘똘이"
▲CCTV 속 "똘똘이" "금강이" "양양이".
오늘도 파란방 3형제는 마치 정지화면인양 미동 없는 평화로운 오후 낮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똘똘아 오래오래 행복하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