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화숙이는 야생 고양이로서 새끼 3마리를 데리고 대구 이군사령부 부근 산으로 먹이 찾으로 배회하다가 큰 개에게 물렸다고 누군가가 말하였다.. 오른 쪽 앞다리의 반이 잘린 상태에서 피를 흘리며 새끼 3마리를 이끌고 다니는 것을 '이화자' 라는 인정 많은 아주머니에게 발견되었다.
이군 사령부 내 식당 주방장인 아주머니는 절뚝거리며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먹이를 찾는 고양이가 가엾게 여겨 음식을 주기 시작하였다. 어미 화숙이는 주는 밥을 의심하고 먹지 않았다. 배고 픈 새끼들은 당장 달려와 먹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어미가 먹지 않으니 어미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깜찍한 새끼들은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있었다. 화자씨는 일단 자리를 피해 주고 멀리서 지켜보았다. 화자씨가 보이 지 않자 배고픈 어미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고, 새끼들도 함께 먹었다.
그 다음날도 화자씨는 음식을 갖다주고는 멀리서 숨어 지켜보고 그러기를 일주일이 넘었다. 마침내 8일째 되는 날 화숙이는 아주머니를 믿고 곁에서 먹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쬐그만 새끼들 이 화자씨가 겁난다고 쌕-쌕거리며 입을 짹 벌리고 화자씨를 경계하였으나 어미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따라서 곁에서 얌전히 어미와 밥을 먹었다.
화자씨는 화숙이 다리를 치료해주고 싶었으나 밥도 먹지 않고 달아날 것을 걱정, 상 처가 심각한 잘린 다리를 그냥 처다보고만 있어야만 했다. 다행이도 어미는 완전한 야생이 아니었던지 8일 이 지나자 화자씨가 살며시 쓰다듬고 만져도 도망가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 볼을 화자씨 손에다 부비곤 하였 다. 믿음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다. 화자씨는 그 때부터 상처를 열심히 치료해주기 시작하였다. 맛 있는 음 식을 듬뿍주면서 영양을 많이 섭취하도록 해 주어서인지 어미 다리는 하루 하루 잘 나아가고 있었다.
어느 듯 잘린 부분에서 털도 나오기 시작하여 어미의 아픈 다리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다. 귀여운 새끼들도 무럭 무럭 자라 서로 장난치며 노는 모습은 너무 사랑스러워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고 하였 다. 잘린 다리로 새끼들을 보듬어 주고 젖을 먹여주는 어미를 보고, 또 한 가족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보 고 있노라면 화자씨는 세상 만사 근심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대 내에서 이 가족들을 계속 보살펴 줄 수 없었다. 장교들이 고양이 가족들을 없애라고 압력을 넣기 시작하여 화자씨는 큰 고민에 빠져 버렸다. 집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집에는 이미 개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집을 차지하였기 때문에 고양이 가족을 데려 갈 수 없었다.
사람들은 원래 있던 산으로 다시 보내라고 하지만 먹을 것도 제대로 없는 산에 가족을 버린다는 것은 그들을 죽도록 방치하는 것과 같은 일인데 어찌 그런 배신행위를 한다말인가? 화자씨는 절 대로 그렇게는 못한다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사람들은 그까짓 고양이를 버리는 것을 예사롭게 말하였다.
화자씨는 어미와 새끼를 볼 때마다 한 숨이 나왔다. 어디로 보낼까 내내 고민하다가 우 연히 우리 협회이야기를 사람들로부터 듣고 연락을 주었다. 좁은 협회는 항상 만원이지만 어떻게 그 가족을 안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 새끼들을 잃어 버리기 전에 빨리 데려오라고 하였다. 고양이는 몸집이 작기 때문에 공간을 마련할 수가 있다. 화자씨는 어미를 "나비"라 불렀다고 하였다.
새끼들도 곧 이름을 지어 불러야지.. 나비 가족이 들어오기 전에 어미 잃은 새끼들이 보 호소에 많이 들어와 있었다. 모두 어미 젖을 먹어야만 건강할 수 있으련만 보호소 직원들이 아무리 정성들 여 잘 보살펴 주어도 어미 젖을 못 먹은 새끼들은 잘 죽기 때문이다. 마침 나비가 젖이 많은지 다른 새끼들에게도 젖을 먹도록 해 주었다. 다른 새끼들은 어미인 줄 알고 나비 품안에 파고 들었다.
나비도 내 새끼 남의 새끼 가리지 않고 모두 안아 핥아 주고 젖을 먹여 줄려고 애쓰고 있 었다. 잘린 다리가 모두를 보듬기에는 다리가 닿지 않지만. 나비는 계속 앞 발을 있는대로 뻗쳐서는 안으려 고 애쓰는 모습에 나와 직원들 모두 나비의 모성애에 감동되어 가슴이 찡하였다. 나는 나비 이름을 주인 이 름을 따서 "화숙"이로 새로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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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자 아주머니가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마른 모습의 화숙이
짧은 오른쪽 다리로 많은 새끼들을 보듬어 안아주는 화숙이
화숙이는 애교가 정말 많다. 보호소에 들어가서 청소를 하거나 다른고양이들을 쓰다듬어주고 있노라면, 어느 새 옆에 와서는 마치 '나도 좀 이뻐해주세용~ ' 이라고 하는 듯 고운 목소리로 '야오옹~' 하고 운다.
그래서 이마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 엉덩이를 두들겨 주 고 나면 다리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부비적거리면서 아주 귀엽게 구는 아줌마고양이다.
보호소에서 건강한 모습의 화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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