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추운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온도가..영하로 떨어지면서 보일러가 터지거나 하는 꽁꽁 언 날씨의 어느날 한통의 상담 톡이 왔습니다.

내용인 즉슨, 고독사 하신 할머니가 홀로 키운 이 고양이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난방도 안되는 집에 10일 이상 숨어 있었고, 그 사이 구청에서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계약된 유품 정리 업체가 집안 물건들을 싹다 정리하는 동안에도 계속 보일러 실에 숨어 있다가, 마지막으로 인테리어 벽지·바닥재 공사 하시는 분이 도배를 위해 집안에 들어와 치수를 재시다가 그만 보일러 실에 숨어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시고 바로 연락을 하신것입니다.

저 당시 날씨가 영하 7도까지 가뿐히 떨어지는 한파가 계속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혼자 남겨진 집에서 고양이는 스스로 잘 나가지 않습니다.
유품 정리 업체가 물건들을 가져가는 동안도 최대한 사람들 눈의 띄지 않으려고 보일러 실 뒤에 보이지 않는 곳에 꽁꽁 숨어 있었을테고,
아마 다른 사람들은 고양이가 숨어 있는 줄도 몰랐을 겁니다.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은 구석까지 꼼꼼히 치수를 재야 하니 보일러실 뒤쪽에서 고양이를 발견하시게 된 것 입니다.
고양이를 잡아서 이동장에 넣은 후의 모습
오랫동안 굷고, 아무것도 없는 집에 혼자 남겨진 스트레스로 사나워져 있기는 했어도 집안 처럼 밀폐된 공간에 있는 고양이는 구조하기가 다소 수월합니다.
이렇게 고양이는 쉼터로 오게되었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주소중에 있는 "경동이"로 지었습니다. 보일러 뒤에서 구조해서 경동보일러라는 뜻도 있습니다. 저 보일러가 경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025년 경동이 쉼터에서의 현재 모습
불행히도 경동이는 구조 이후 계속 협회장님 댁에서 지내느라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집안에서 구조했기 때문에 집안과 비슷한 환경이 좋을듯하여 쉼터보다는 협회장님 댁으로 가서 생활을 하였는데 당시 구조된 어린 양이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성묘인 경동이는 사진을 거의 남기지 못했습니다.
저 당시 가을 부터 초겨울까지 구조한 냥이들로 쉼터나 협회장님 댁이나 바글바글했던 때 였거든요.
구조 되어 단체 생활하던 냥이들. 3차 백신 접종이 끝날 때까지는 성묘들과 분리되어 생활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벽장에 빠져서 구조된 "둘리", "또치", 폐허된 재계발 지역에서 온 "막동이",
"삼콩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서 온 "안경이" 까지..
현재 다들 쉼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스토리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거 노인이 돌아가시고 보살펴 줄 가족이 달리 없을 경우 유가족은 남겨진 반려동물을 거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독거 노인의 남겨진 고양이가 불쌍한 모습으로 쉼터로 온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는 정말 유가족 조차 한사람 없이 홀로 남겨진 고양이지만, 돌아가신 할머니는 경동이의 안위가 하늘에서도 염려되어 이렇게..쉼터와 인연을 맺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 경동이의 본래 이름은 무엇이었나요?!
이곳에서 편히 잘 지내고 있으니 부디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