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부 효목동, 롯데 메트로 폴리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구조된 새끼고양이 3형제.(35회 협회지에서)
2002년 10월 24일 대구 효목동에서 대단지 아파트를 짓기 위하여 낡은 집들을 불도저로 부술 때, 어미 고양이는 놀라 도망가고 새끼들만 남아 울부짖었다. 공사장 인부들은 울부짖는 새끼들을 구하였으나 놀란 어미는 나타나지 않아 협회로 연락 왔다. 새끼를 위하여 어미도 데려오기 위하여 현장에 덫을 4일 동안 설치하였으나, 어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날 부산 동의대학 방송아카데미 학생들이 협회 보호소 촬영 차 방문하였다가, 새끼구조에 같이 동참, 현장까지 따라왔다. 학생들은 처음 보는 어린 생명들의 애처럽게 울며 엄마 찾고, 배고파하는 모습에 눈물지었다.
촬영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간 학생 중, 고수진씨는 현장에서 본 새끼고양이와 관련 수필을 써 협회로 보내왔다. 물론 학교에도 제출하여 감동적인 글로 칭찬도 받았다고 하였다. (아래 사진들 밑에 수필이 있음)
새끼 고양이 형제들이 처음 통에 담겨 왔을 때부터 조금씩 자라나는 과정을 찍은 사진들.
이름은 롯테 메트로폴리스라는 거창한 아파트 이름을 따서, 제일 몸집이 큰 남자를 메트, 중간 작은 여자를 포리, 제일 작고 얌전한 여자는 롯데라 지어 주었다. 동물이나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그 성격이 벌써 형성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메트는 남자답게 크고 음식도 잘 먹고 욕심도 많다. 여자 둘 애기는 여자답게 조용하고 먹는 것도 얌전하다. 메트는 얼른 먼저 먹고 두 여자 동생것도 뺏아 먹는다.
입소한 첫날 배고프다고 울던 세 고양이 중 힘이 가장 센 아기들부터 통 밖으로 악을 쓰고 기어 나오려 하고 있다. 통위로 올라 온 애는 남자. 메트(흰색이 없는 완전히 검은 색 )와 두 번 째 기운이 좋은 포리가 통 가장 자리에 매달렸다. 세 번째 사진의 메트가 통 난간을 단단히 잡고 고개 쳐들고 밖을 내다보면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두녀석이 함께 바닥으로 내려온다고 용을 쓰더니 차츰 밖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웃음이 나온다. 세 번째 사진의 두녀석이 동시에 거의 바닥에 닿은 모습이 마치 크고, 굵은 애벌레 두 마리가 기어나오고 있는 모습 같다. 등어리 털도 마치 애벌레 등 마디 같이 갈라져 있다.
마침내 메트와 포리는 방바닥에 내려오는데 성공을 거두고, 험한 공사판 자갈, 모래, 나무, 무서운 거대한 중장비들만 있는 곳에 있다가, 따뜻한 이곳은 "어디인지.. 배는 고픈데..우리 엄마는 어디 있는지.. "등 의문 속에서 탐색을 하고 있다. 가장 약하고 작은 롯데도 나오겠다고 통 난간에 매달렸다(세 번째 사진)
롯데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것 같다. 한 발을 길 게 내려 뻗쳤다가 겁이나는지 다시 올리더니 점점 안 쪽으로 들어가고 있다.
롯데는 뒤로 점점 빠지더니, 마침내 아-앙하고는 울더니 떨어져 내려 갔다. 가장 얌전하고 약하고 음식도 조금씩 먹더니 큰 아기들과 같은 힘을 내지 못하였다.
똘똘한 폴리. 요염하고 깜찍한 롯데. 먹쇠, 메트
반짝이는 새까만 눈동자들.입소한지 20일 넘어 이제 나이가 1개월 20일 쯤 될 것 같다. 그동안 엄마 음식이 아니라서 배탈도 몇 번나고 가벼운 감기도 두어번 하였지만 용케 모두 이겨내고 건강한 애기로 잘 자라 주고 있다. 입양은 3마리 함께 좋은 집에 가도록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더 나은 곳이 있으면 그곳에 보내려한다. 016-9393-9100 ----------------------------------------------------------------------------------------- 새끼 고양이가 가져다 준 것. 부산 동의대학 방송 아카데미/고수진 가을장마가 한차례 내리더니 겨울은 더 가까이 다가와 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뜻한 가을 날씨를 기다려보았지만, 가을도 그렇다고 겨울도 아닌 날씨가 며칠째 계속 되고 있다. 아무래도 완전한 가을은 다시 얼굴을 내밀어 주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가을을 조금 품고 있는 겨울만이 차가운 바람을 데리고 내 앞에 와있다. 바람은 스웨터 목덜미와 고무뜨기 된 손목 아래를 헤집고 온몸을 돌아다니곤 한다. 그래도, 오늘은 겨울이 온전해지기 전에 기차를 타게 되었으니 몸이 추워도 기분 좋게 넘기기로 했다. 기차 안은 조용하다. 조금씩 흔들리는 창 밖의 어둠 위로 헛헛함을 달래는 몇 안 되는 간판 글씨가 유혹하듯 윙크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목적지를 향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밋밋했고, 기차 칸 허공에는 짧은 웅성거림이 떠다니는 지극히 평범한 저녁이다. 하지만,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은 조금 일그러져있다. 옆자리의 졸고 있는 사람의 머리가 자꾸만 내 어깨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기차를 오래 타 지쳐서도 아니었다. 내 눈 속에서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자꾸만 야옹 야옹 울어대고 있기 때문이다. 기차는 대구로부터 오는 것이다. 동물보호협회를 촬영하기 위해서 갔는데, 방송작가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곳에서 중간평가로 선택한 아이템이 '버려지는 동물들'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200만 마리의 개, 고양이가 학대받거나 버려지고 있다. 처음에는 새끼 때의 귀여운 모습에 이끌려 선뜻 기르기는 하지만, 많은 수의 동물들이 몸집이 커지거나 병에 걸릴 경우 관리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거리에 내몰리게 된다. 버려진 동물들은 대부분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다 보니 오염된 음식을 먹고 병에 걸려 죽거나 거리를 헤매다가 차에 치게 된다.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가엽게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동물보호소로 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찾아간 한국동물보호협회는 11년 동안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돌보고 있었다. 400여 마리나 되는 동물들이 협소한 보호소에서 나뉘어져 보호받고 있었는데.. 사연도 여러 가지였다. 보신탕집에 끌려가던 것을 구출해왔지만 아직도 사람이 무서워 큰 덩치를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던 진돌이, 피부병으로 버려진 복돌이, 주인에게 몽둥이로 맞아 앞다리를 절고, 구조당시 묶였던 철사 자국이 아직도 선명한 진순이 등등... 처음엔 개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무서웠는데, 덩치만 클 뿐이지 순하고 착했다. 오히려 사람이 그리웠던지 뒷다리로 서서 자꾸만 품에 안기려고 했다. 어떤 개는 쓰다듬어 주면 꼬리를 숨기고 벌벌 떨었는데,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려는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우리를 잡았다. 동부정류장 옆 공사현장에서 새끼 고양이 3마리가 발견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온 한 시간 넘게 길을 물어 도착한 현장은 고층 아파트를 짓는 곳이었는데,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기르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였다. 시끄러운 기계 소리와 쇠망치 소리가 정신 없이 울리는 곳에 어미 고양이는 뭣하러 몸을 푼 것일까. 우리를 발견하고 뛰어온 인부 한 분이 커다란 종이 박스를 건네주었는데, 안에서 조그맣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모두들 긴장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박스를 열었는데, 협회로 되돌아오는 동안 새끼 고양이들은 배가 고팠던지 연신 손가락을 깨물었다. 고양이들은 상자 속에서 나오려 몸부림을 쳤고, 여섯 개의 검은 눈은 무섭게 나를 쫓았다. 고양이의 작고 욜망한 눈에는 생존의 불안함이 가득 차 있었고 그걸 보고 있자니 부끄러워 눈물이 났다. 인간이란 참 인정이 많은 동물이다. 가엽고 불쌍한 것을 보면 마음이 동요되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연민보다 앞서야하는 것이 책임감이다. 인간은 인간만이 세계를 지배하는 강자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살고 있다. 동물도 인간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 예뻐하고 쓰다듬으면 기뻐하고, 때리고 미워하면 슬퍼한다. 사람이 무서워 우리 밖을 나서지 못하는 진돌이를 보며 느꼈다. 그들은 단지 예뻐만 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날씨처럼 살아 있되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괴로운 것이다. 그들도 생명이 있는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고 싶다. 지금 내 오른쪽 엄지손가락 언저리에 새끼 고양이의 손톱자국이 남아있다. 상처는 고양이의 수염처럼 얇지만 섬세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요염하고 매력적인 고양이의 눈이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 그것은 아홉 번 아프더라도 다시 일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 일을 기억하라고 했다. 차창 밖 불 켜진 가로등도 고양이의 눈을 닮아있다.
그 속에는 물에 젖고 흙이 잔뜩 묻은 새까만 고양이 세 마리가 발버둥치고 있었다. 두 마리는 네 발과 입 주변만 빼고 새까맸고, 나머지 한 마리는 온 몸이 흰 털 하나 없었다. 눈과 눈 사이에는 철쭉 꽃망울처럼 오롯한 콧방울이 있었는데, 만져보니 다행히 촉촉했다. 너무 어려 건강히 클지 새끼 고양이도 걱정이지만, 어미는 얼마나 새끼들을 찾으며 울고 있을까.
고양이가 오래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