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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판교면 개장국 축제

수화기를 든 차민규(63)씨의 표정이 대번에 어두워진다. 또 동물보호단체에서 걸려온 항의전화인 모양이다. 통화 내용이야 들으나 마나. 젊은 축은 남녀 불문 시종일관 육두문자이기 일쑤고, 나이깨나 든 이들은 ‘왜 하필이면…’부터 시작된다.
“이번에는 점잖네유.” 간신히 전화를 끊고 온 차씨. 하지만 마음은 아직 전화통 주변을 못 벗어난다. “왜 해필이냐니유. 살기는 살아야겄구 그것 배끼 없응게 워쮸.”

그것이라는 게 ‘구탕(拘湯)’ 즉, 개장국이다. 개장국으로 전국축제를 연다는 것이다. “축제 이름은 바꿔줘얄까 봐유. ‘전국 판교 먹거리 축제’ 워때유?” 마을에서 처음 예정했던 이름은 ‘판교 보신탕ㆍ냉면 축제’였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넓디 너른 서천 들 다 놔두고 장태봉 희리산 천방산 등 이름께나 있는 봉우리 틈서리에 껴앉는 바람에 예부터 농토라는 게 식구들 입 ‘보도시(겨우)’ 달랠 터수 밖에 없던 동네다. 주민들은 소 돼지 닭 등 가축으로 살림을 꾸려야 했고, 그 덕에 근동에서는 알아주는 닭전 토끼전이 섰다고 한다.

특히 우시장은 공화당 말기까지도 은성해 충남 일대는 물론이요, 전국의 한다 하는 소꾼들이 판교 우시장을 거쳐갔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 한산 모시전도 한 시절을 풍미했던, 빼놓을 수 없는 판교 왕년의 추억이다. “장항선 열차가 웃 동네 부여는 힐끔 보고 지나쳐 뿌도 판교에는 꼬박꼬박 섰던 겨.

그래서 부여의 관문이라고들 혔어.” 하지만 도로가 좋아지고,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마을과 시장이 풀 죽기 시작했고, 이제는 집값이며 땅값이 십 수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동네가 됐다. 판교 장날이었던 지난 달 30일, 점심 때가 지나자 마자 장은 파했고, 전을 걷는 장꾼들 상당수는 마수걸이도 못한 눈치였다.

그런데 ‘개장국’만은 굳건히 살아 남은 것이다. 100㎙ 남짓 되는 면 소재지 중심가의 15개 음식점 가운데 개장국 집이 무려 9개. 대개가 30~40년 내림 손 맛을 자랑하는 전문점들이다. ‘보신탕 8,000원, 소주 2,000원’의 단촐한 메뉴판 하나로 30년을 이어 온 원조우이식당 윤순이(55)씨는 맛에 관한 한 남대문 아래에서는 제일이라고 자부했다. “사료믹인 건 거들떠도 안봐유. 촌에서 밥찌꺼래기 믹임서 한 두 마리 씩 키운 황구만 취급헝게유. 너무 커도 안되유. 30근(18㎏) 이짝 저짝 짜리가 육질이 젤로 나아유.”

아직도 판교 주민 열에 일고여덟은 집안 초상에 개를 잡아 국을 끓인다. 밤샘 문상에는 개장국이 최고라는 인식이 박혀 그게 없으면 접대가 부실하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 생일이고 동네 잔치고 간에 개가 빠지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천렵 가면서 동무 서넛이 어울려 개 한 마리를 나눠 먹는 ‘짜가리’ 복달임의 추억에 입맛을 다시는 마을의 고로(古老)들은 맛의 대가들이기도 하다. “무작시리 들릴 지 몰라도 개털 꼬슬리는 냄새에 입맛 다실 정도는 돼야 고기 맛께나 아는 축에 드는 겨.”

물론, 이웃집 개 밥그릇에 숭늉 두어 사발 퍼 준 이력만 있어도 복날 수저 챙겨 들 자격이 부여되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그래서 주민들은 비싸서 개장국을 잘 못 먹는다. “개금(개값)이 빠져도 탕값은 그대로여.” 문곡리 사는 김택희(78)씨는 만원 한 장은 있어야 탕에 소주 한잔 먹는데 그 돈이면 쌀 한 말(1만5,000원) 값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외부의 눈총이 걱정스러운 군과 면에서 보신탕 축제를 반길 턱이 없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하겠다는 데 막을 방도도 마땅치 않다. 군은 위생이나 허가관련 자잘한 서류만 챙겨주면 허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입장이고, 면에서는 축제를 하더라도 내년 면장 정년 지나서 해줬으면 하는 눈치다. 하지만 주민들은 완강하다. 개장국이 자랑스러우면 자랑스러웠지, 이성으로나 감정적으로나 기일 게 없기 때문.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마당인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까닭이 없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마을 살리자고 벌이는 행사지만 이런 판국이니 관의 지원금은 커녕 찬조금 한 푼도 기대할 길이 없다. 음식점 주인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는 십시일반 모금한 예산 1,000만원으로 면민의 집 인근 공터를 고르고, 그 자리에서 각설이공연과 면민노래자랑, 시식회 등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개막식 축사는 개고기 예찬론자인 모 국회의원과 충북대 식품공학과 교수 한 분에게 부탁해 둔 상태. 100% 국산 도토리만으로 만드는 ‘판교 도토리묵’과 도토리 전분과 고구마전분 등을 섞어 면을 뽑는 판교 특유의 냉면도 이번 축제에 찬조 출연하게 됐다. 차민규씨는 냉면집 주인으로 축제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이 참에 개고기도 양지로 나오고, 다양한 조리법도 개발됐으믄 헙니다.” 그는 그 덕에 마을이 번영은 못하더라도 현상 유지라도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흘동안 만 명이 목표유. 그러믄 내년에도 헙니다.”

■ 개장국

개고기를 즐기는 이들은 3복(伏)도 모자라 5복을 챙긴다. 초ㆍ중ㆍ말복에다 광복(8ㆍ15) 수복(9ㆍ28)을 더한 것이다. 이들의 개고기 예찬론은 단순히 음식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민족 자긍의 경지에까지 고양된다. 그럴 것이, 개고기는 유물ㆍ문헌상으로도 구장 개장 개장국 등의 이름으로 민족 식문화의 한 자락을 당당히 차지해온 터이기 때문이다.

수난이 시작된 것은 자유당 시절부터다. 해외, 특히 미국 원조를 얻기 위해 그들의 압력을 수용한 이승만 정권이 개고기 식용을 금지했고, 그 때부터 ‘보신탕’이라는 어색한 명사로 구장의 향을 가리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88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보신탕이라는 이름조차 배척당해 식당들은 영양탕 사철탕 멍멍탕 등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골목 뒤켠으로 밀렸지만, 신석기(양소ㆍ용산 유적지, 김해 회현동 조개무지) 이래로 이어온 개고기 탐식의 전통은 아직도 짱짱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보신탕 반대론자들의 논리 역시 양보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애견인구 1,000만 명 시대다. 태어나면서부터 개를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환경에서 살아 온 이들에게 개고기 식용은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일이고, 화초견(애완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는 설명도 체질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것일 지 모른다. 여기에 당대의 가장 휘발성 강한 영역인 ‘자녀 (정서)교육’의 문제까지 얽혀 든다. 이들은 농림부가 정한 ‘가축’ 범주에 개를 포함시킨 것도 용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개고기 찬반 논쟁은 으레 감정적으로 치우친다. 나라조차 통상문제, 국가이미지 등을 들어 대내ㆍ외적으로 할 말을 못하는 모양이다. 판교면 사람들의 보신탕 축제가 돋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개고기가 그 가치를 왜곡됨 없이 평가 받고, 마을도 더도 덜도 아닌 그 가치만큼 대접 받자는 것이다.






서천=글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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