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천방지축이던 "바우" 사람이 되다.

회원 여러분은 지난 35회 협회지에서 "검둥이의 추억'의 검둥이의 주인 이상윤씨를 기억하십니까?  검둥이를 잃은 후 그분은 매우 상심하여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맹세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니 약간씩 잊어지기도 하고,  집에 들어오면 반기는 동물이 없으니 허전하고 외로워서 견디기가 힘들다며 다시 협회를 찾아왔습니다.  이분은 작은 개보다 항상 큰 개를 더 사랑하고 아낍니다.  협회보호소에는 특별히 입양 보낼 큰 개가 없었습니다. 큰 개가 있어도 대부분 늙어 버렸고,  아니면 문제가 있는 녀석들이죠.  여기 문제녀석들은 협회 보호소에서 사는데는 별 지장이 없으며 자신이나 다른 개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들이 키우기에는 어려운 동물이지요.

예를 들면 "진돌이" 같은 큰개는  큰개나 작은 개들에게 그러니까 자기 동료에겐 착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낯선사람을 보면 너무 무서워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나오지도 못하고 입에서 거품같은 침을 줄줄 흘립니다.  협회에 온지 8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사람을 불신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 옛날에 무서운 개백정 속에서 살다가 죽을 뻔한 고비를 아슬하게 넘기고  어떤 분에 의하여 구조되어 협회로 오게 되었는데... 그때  그 잔인한 개도살자들 속에서  진돌이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공포와 고통에 시달려, 진돌이는 아마 평생 그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하얀 진돗개 "흰순이"는 두 번이나 입양갔다가  다시 되돌아 친정에 왔지요.  이 애는 진돌이와는 반대로 사람이라면 다 좋다는 것입니다. 설사 도둑이라 할지라도 사람이니 무조건 믿고 좋아하다 보니 언제가는 사라질 염려가 있습니다.  그게다 모든  사람을 믿고 좋아해서 그러니 짖을 필요가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개들이 많이 짖어 문제가 되어 구박받고, 버림받는 경우도 많은데, 흰순이 경우는 주인과 낯선사람을 구별하지 못한다, 짖지를 않아 도둑도 못 지킨다는 이유로  왔답니다.  협회서는 그런 흰순이가 아주 좋지요. 많은 개들이 짖으면 이웃에 항의 받는데.. 협회서는 모든 개들이 흰순이 처럼 좀 짖지 않으면 딱 좋으련만... 이제는 잃어 버릴  염려가 없는 협회에 그냥 같이 살기로 하였습니다.

협회 부근에 사는 동네 분이 달마시안 종류의 개를 키우면서 "도저히 이 미친 개를 더 이상 못 키우겠다" 고 협회에 억지 맡기고 간 "바우"라는 개가 있습니다. 이 미쳤다고 여기는 개를 누가 입양하여 잘 보살펴 주겠습니까?  산책을 나가면 곁에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아무에게나 훌쩍 뛰어 그 큰 입으로 눈에 보이는대로 물고 늘어져 지나가는 사람들이 기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바우 엄마가 바우를 데리고 자주 협회로 놀러와   바우는 협회 문 앞에서 나와 자주 놀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아침식사로 생고구마를 잘 먹는데 바우 엄마가 나의 식사시간에 맞추어 바우를 산책시킨다면서  협회앞으로 잘 데리고 나왔습니다.  

바우가 꼭 미친아이 같았을 때. 협회 앞에서 바우엄마와 얌전히 앉아있는데, 사실은 그 앞에 비둘기 몇 마리가 내려와 있어서 그 애들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 바우엄마는 혹시 비둘기가 다칠까봐 줄을 꼭 잡고 있다.

나는 고구마를 잘 게 잘라 바우하나 던져주고 나 먹고 이런 식으로 매일을 바우와 재미있게 보내곤 하였습니다.  먹이를 줄 때 "바우야 앉아"라고 몇 번 가르치니 쉽게 이해하고, 앉아서 먹이를 줄 때까지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고구마 한 조각을 높이 던져 주면 바우는  아주 멋지게 뛰어 잘 받아 먹었습니다. 그럴 때까지는 바우가 영리하고 착해 보였습니다. 어느 날도  그렇게 고구마 먹고 즐기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홱 돌아서더니 지나가는 아주머니 빽을 물고 늘어져 그 아주머니가 기겁을 하며 놀라 고함을 질렀습니다. " 어디 이런 미친개를 길에 내 놓는냐? 당장 없애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지요. 나와 바우엄마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사죄하고 바우를 단단히 잡아 끌었습니다.  다행히 빽은 흠이 나지 않아 보상할 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거의 매일 일어나서 바우 엄마는 개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지 않았습니다.나도 바우에게 고구마 던져주며 즐기던 일도 못하게
되었지요.

바우 엄마가 바우를 집에 가두고 밖으로 데리고 나오지 않으니 바우는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 시끄러워 견디지 못하여 또 데리고 나오곤 하였습니다. 처음 동네 사람도 바우가 나오면 모두 그런대로 좋게 봐주었는데 모두 이제는 "없애라"는 말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사실 바우가 적대감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물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냥 재미삼아 장난기가 발동하여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약간씩 다치거나 옷이 찢어지게하고, 이웃집의 신발도 물어 뜯어 바우엄마는 많이 변상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작은 개 같으면 그래도 감당을 할 수 있는데 덩치 크고 힘이 세다보니 그 바우를 이길 사람이 없었습니다.   " 가만히 좀 있어" " 얌전히" "앉아" 등으로 고함도 지르고 맞기도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 바우였지요.  

마침내 바우엄마는 개 훈련소에  보내어 그 곳에서 2달 훈련 받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바우는 " 내가 언제 훈련소 같은 곳에 있었나!"하는 식으로  훈련소 가기 전과 꼭 같았습니다.  남자라 거세 수술도 시켰지요. 한창나이에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것 같아 불임수술을 시켰지만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새벽이 되면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짖고 산책가자고 난리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힘이 장사라  주인과 같이 걷지 않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갈 지자 걸음으로 막 씩씩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가 주인이 힘들던지 말던지 그냥 내리 달리면 바우엄마는 엎어지고 자빠지고 하였습니다.  

바우 나이가 아마 1년 6개월은 되었지요. 한창 장난꾸러기 나이.  사람으로 치면 5-6-7세 어린나이니 말 안듣고, 개구쟁이 노릇 할 때도 되었지요. 그러나  바우엄마가 너무 오냐 오냐 하면서 키워서 버릇이 없어진 것도 있지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잘못할 때는 정신차리도록 혼내 줄 필요도 있습니다.  잘못을 했어도 꾸중하기가 "안스럽다" 등으로 내 버려 두어 종래는 감당못하는 사람, 동물로 만들어 불행을 초래하게 됩니다. 바우엄마도 처음에는 혼 내
주려고 작정하였지만 그러려니  "마음 아프다"하면서 바우가 원하는대로 해 주었다가  결국 바우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못 키우겠다고 남에게 떠맡길려고 하게 되었습니다.

바우 엄마는 바우를 남에게 주기 위하여 이 곳 저 곳 수소문하다가 "모두 겁난다. 탐 내는 사람이  모두 수상하다"고 그러더니 마침내 협회 보호소에 그 개를 맡긴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도 감당할 도리가 없다고  안된다고 하였지만  바우엄마는 "그렇다면 달라는 사람 아무나 주고 말겠다"는 협박에, 혹시나 바우가 이 집 저집으로 전전하다가, 개 보신탕으로 넘어 가지 않을 까 염려되어 결국 바우엄마의 협박에 굴복, 받아 주었습니다.  보호소의 작은 공간을 쪼개어  혼자 독방에 있게 하였지요. .독방의 바우는 미친 듯이 울부짖고 밥그릇은  바닥에 내려 놓기 전에  뺏어 물고가서 음식을 온 바닥에 다 흘리고, 물 그릇인들 제대로 놔 둡니까?  다 쏟아 물 바다를 만들지요.

혼자 있어 저럴까 싶어 옆 방의 메리, 오리 방에  함께 있도록 하였지요. 그러나 사람이 지켜볼  때만 같이 놀도록 해 보았더니. 메리, 오리 방은 공간이 넓어 같이 놀아도 문제가 없는데  바우는  미친 듯이 풀쩍 풀쩍 뛰다가는 오리 목덜미를 물어 우리는 기겁을 하였지요. 그러나 세게 무는 것이 아니고 슬쩍 슬쩍 물긴하여도 두 큰 개들이 바우를 두려워하여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더니 살도  빠졌습니다. 다시 바우는 독방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바우엄마에게 사실을 알리고 다시 데려 가도록 하였지만 바우는 이제 절대 못 데려간다. "차라리 협회서 안락사를 시켜주세요. 보신탕으로 가는 것 보아 낫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우리는 생각해 보았지요.  잘못된 곳으로 가서 비참하게 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안락사를 택하는 것이 바우을 위하여 좋을 것으로 생각하였지요.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와 중에 이상윤씨가 큰 개를 다시 한 마리 입양하고 싶다며 대구로 온 것입니다. 우리는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이 기뻤습니다.  이 문제아를 길 들일 사람은 상윤씨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철 없고  위험한 바우를 입양하여 달라고 통 사정하였습니다. 상윤씨는 바우의 행동을 보더니 "자기도 자신없다고 못 데려간다" 하면서 다른 개를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다른 개들은 모두 나이가 많고 입양보낼 애들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흰순이도 메리도, 오리도, 곰이도 가능하지만  바우를 살리기 위하여 거짓말 하였습니다.

상윤씨는 다시 바우를 요리 조리 보더니 "인물은 잘 생겼다" 칭찬하더니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침내 상윤씨는 마음을 바꾸어 바우를 한번 키워보겠다고 하였습니다.(2002년 11월 20일 )  바우는 그렇게 일찍 죽을 운명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우가 상윤씨와 같이 살 게 되면서 나는 가끔 전화하여 "바우"가 어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 상윤씨는 "검둥이 같은 개는 없다"면서  자꾸 검둥이와 비교하였습니다. " 말 안들어 훈련시키기가 어렵다.  달라는 사람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 주면 안되는지.." 물어 나는 깜짝 놀라 "그렇게는 절대 안된다.  잘 키운다 거짓 약속하고는 악용할 것이 뻔하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대구로 데려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곤  사정하였지요.  "상윤씨는  큰 개들을 잘 다루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노력해달라" 고 몇 번이나 애걸하였더니 "다시 한번 노력해 보겠다"하여 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후 나는 많은 일 때문에 상윤씨에게 전화하여 바우 안부를 묻지 못하였습니다.
2003년 1월 25일 상윤씨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 사업차 중국에 갈 일이 있어 가야하니 바우를 그곳(협회)에 약 20일간 좀 맡아달라" 하였습니다.   "당분간 맡는 것은 괜찮은데 그 천방지축을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이라"고 하였더니 "이제는 많이 나아졌으니 괜찮을거라" 하여 "그럼 데려와보라"
하고는 직원들에게 " 바우가 온단다" 하였더니 모두 이구동성으로 " 아이구 어쩌나 " 하면서 걱정을 태산같이 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바우는 상윤씨와 함께 왔습니다.  나는 " 아! 바우 왔는냐 "  먼저 인사를 했더니  반갑다는 인사가  또 미친 듯이 뛰어올라 나를 자빠뜨리게 만들지경이었는데 상윤씨가 " 바우! 점잖게 해야지, 앉아" 하였더니 내 어깨에 올린 발을 내리고 당장 앉았습니다. 그리고 " 엎드려" 하니 당장 점잖게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상윤씨가 " 이리와서 아빠에게 안겨봐" 하였더니 덥석 상윤씨에게 안겼습니다. 

그 외도 바우는 산책할 때 " 천천히 같이 걸어" 하면 천천히 같이 걸어 지나가는 사람을 갑자기 물거나 장난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외  가게에서 " 물건 사오기"  " 움직이지 마" " 들어 가 " " 나와" 등 많이 배웠습니다.  상윤씨는 바우를 우리에게 맡기고 떠나면서 "혹시 말 안듣는다고 때리거나 하면 절대 안된다" 고 하였습니다.  자기는 "개를 때려서 훈련시키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잘못하면 가르친 것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어니 사랑으로 잘 보살펴 달라"고 신신당부하며 떠났습니다. 협회 직원들이 동물을 때리는 일이 없지요. 가끔 너무 말 안듣고 애를 먹이면 한 대씩 얻어 맞을 때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밥주고, 청소할 때 " 바우 청소해야 하니 밖으로 좀 나와" 하면 나가고 " 이제 다 끝났으니 들어와 " 하며 들어옵니다. 때로는 배운 걸 잠시 잊고 옛날로 돌아 갈 때도 있습니다. 멋대로 뛰어나가거나 정신없이 풀쩍, 풀쩍 뛰며 사람들에게 매달릴 때 " 바우 너 그럴래, 이리 들어와서 앉아, 엎드려" 하면 다시 정신 차리고 말을 잘 듣습니다.  한 대  맞을 일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이제 " 바우가 사람됐다" 고 신기해하고 좋아하였습니다.

 

바우는 상윤씨 품에 파고들면서 애교를 부렸다.

 "바우야 손 " 하니 손을 주고 있다.

비닐 주머니에 든 물건을 주면서 "잘 물고 있어" 하니 그만 할 때까지 단단이 물고 있는 바우.

"바우야 아빠한데 안겨봐"하니 품 속으로 막 파고 들어갔다.

 " 아빠가 다시 데리러 올 때까지 말 잘 듣고 있어" 하면서 떠나기 전 바우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상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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