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쨍쨍할 때 한 번씩 마당에 나가 뒹굴고 하던 습관을 조금 바꿔서 베란다에서 일광욕을 해야 하긴 하지만, 낮에는 하루종일 그럴 수 있다는 점에서 '음! 이 집이 더 좋은거군' 하고 욘석들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8개월이 넘은 지금은 아주 익숙해졌습니다. 바깥세상을 씽씽 달리던 근육고양이 깜둥이도 아마 익숙해졌을거예요.



여름이 오기 전에는 이 철망이 없었는데요, 그 때는 방에만 있을 때도 있었고 답답해할 때가 많았는데 이것이 집에 오고는 아주 좋은 해결사가 됐어요. 거실창문을 열어놓고 싶을 때는 이 망을 문 사이에 끼워두면 되니까요. 근데 요놈의 문제고양이 깜둥이가 아주 손쉽게 이걸 뛰어넘어서 있으나 마나 할 떄도 있습니다ㅠㅠ

다른 고양이들은 아주 착한데요, 바로 이 '깜둥이'라는 놈 때문에 제가 맘고생을 많이 했었어요. 그 길고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때는 7월 13일. 그러니까 고양이들이 아파트로 들어오고 6개월도 채 안되었었습니다. 꾹꾹이가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먹질 않고 구토만 해서 동물병원에 갔다오니 방충망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자고 있는 여동생에게 나가고 나면 문을 잠그라고 이야기 하고 대답까지 듣고 나갔는데... 아무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버럭! 하면서 동생에게 안에 있는 지 찾아보라고 하고 부리나케 달려나가 그 전에 한 번 산책한 적이 있었던 아파트 뒤쪽 화단으로 나가 이름을 부르면서 구석진 곳을 살펴봤어요. 그런데 없었어요. 집에 돌아와보니, 다행히 다른 애들은 방에서 자고 있고 깜둥이만 밖으로 나간 것 같았어요.


마구 흐르는 눈물을 대충 닦고, 동생이랑 같이 우리동 전층을 뒤지고 또 뒤지고 몇 번을 뒤졌는데도 털끝하나 안보였어요. 집에 들어와서 진짜 밖으로 나갔는 지 안에 있는 지 좋아하는 간식봉지 부스럭 소리도 내봤지만 확실히 안에는 없었어요.

해가 떨어지고 또 다시 찾으러 나갔어요. 또 다시 아파트를 다 뒤져보고, 풀숲이나 창고 근처를 구석구석 다니면서 이름을 불러봤지만 벌레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출근을 하고 일찍 퇴근을 했어요. 출력해놨던 사진이 들어간 전단지를 우리 동 현관 게시판에 붙여놓고 깜둥이 찾는 걸 시작했어요. 운동화를 신고 우리동 뿐만이 아니라 산책길로 이어진 옆동도 전층을 몇 번이고 뒤져보고, 지하 주차장, 화단에 가려져 있는 창고쪽도 수 번을 돌아가며 이름을 부르고 다녔어요. 도대체 어디숨어있는 지 코대답도 안하더라고요. 참 숨막히고 답답하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근처에 있는 큰 개한테 물린 건 아닐까, 벌써 낭~만 고양이가 되어서 지붕위를 풀쩍풀쩍 뛰어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참치캔을 사다가 뿌리면서 다녀도 보고, 3층 우리집 앞에서 깜둥이를 큰 소리를 불러도 보고, 협회장님께서 지하나 옥상으로 간다고 하셔서 그쪽으로도 많이 봤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포기하면 안될 것 같아서 집에 돌아와 저녁도 먹고 힘을 냈어요.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비도 내렸지만 금방 그쳤어요.


비가 그치고, 집 주변 고물상 주변을 돌아다녔어요. 깜둥아~ 깜둥아~ 부르는 건 잊지 않고 숨을만한 곳이 있는 데는 아마 다 뒤졌는데도 없었어요, 최후의 수단으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려줄 작정을 하고 봄이를 이동장에 넣어 데리고 나왔어요. 집 주위를 돌면서 울음소리를 흘리고(?) 다녔어요. 호기심이 대단한 깜둥이가 멀리까지도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집근처의 잡풀우거진 공터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어요. 물론 깜둥아! 깜둥아! 하고 부르는 소리도 함께요. 그렇지만 이 때도 별로 성과는 없었어요.


조금 쉬다가 다시 나가려고 집에 들어와 인터넷으로 고양이 찾은 경험담을 검색해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거예요. 모르는 전화번호가 떴고... 전화를 받았어요.



"여보세요"

"네, 여기 붙어있는 거 보고 전화했는데요. 1층 현관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는데 아무래도 이 사진에 있는 고양이인 것 같아서요."

"네!!? 1층 어디요? 제가 지금 나갈게요."

"아.. 저는 지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왔고요, 제가 잡으려고 하니까 차 밑으로 들어가서 잡진 못했고 일단 밑에 있어요."

"네, 그럼 제가 가서 찾아볼게요. 고맙습니다. "


내려갔다가, 후레쉬를 안갖고 왔길래 다시 올라가서 찾아 들고 깜둥이를 불렀어요. 후레쉬로 차밑을 비춰보다가 고양이 다리를 발견! 깜둥아! 하고 불렀더니 그제서야 '에엥-'하고 울었어요. 깜둥이도 저를 향해 오고 저도 깜둥이를 향해 가서 눈물의 상봉을 했답니다. 어디갔었노? 이 눔 가스나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또 나가면 죽는다! 이러면서요.


집에온 깜둥이는 배가 고팠는 지 밥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포기하라고 했었던 부모님은 그 참 신통한 놈이라 하시고, 다 먹은 후에는 목욕도 했습니다. 그 때는 사진찍을 정신도 없었는 지 목욕하고 금방 잠든 깜둥이를 담은 사진 한장도 없네요. 깜둥이를 발견하고 전화해주신 그 분한테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던 깜둥이 가출사건은 깜둥이를 찾음으로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 제가 깜둥이를 찾으면서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지하주차장을 볼 생각은 했지만, 지상에 있는 주차장에 세워진 차 밑을 놓쳤습니다. 물론 차 밑에서 깜둥아 깜둥아 부른 적은 있었지만 샅샅이 뒤져보진 않았거든요. 깜둥이 털에 갈고리 같은 것이 붙어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계속 차 밑을 전전하며 다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수로 고양이를 잃어버리더라도 결코 멀리가지 않았으므로 계속 근처에서 이름부르며 다니면 꼭 찾을 수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깜둥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밖에 나가고 싶어 그러는 지 며칠 뒤 부터는 마구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아침에 문을 열어놓고 출근을 하는데 베란다에서 큰소리로 우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올라가 문을 닫고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철망을 뛰어넘는 깜둥이 때문에 그 더운 여름에 문을 꽁꽁 닫고 잔 적도 많았지요. 힘도 세고 창문은 얼마나 잘 여는지요..


깜둥이는 몇 주 동안 아주 큰 목소리로 막 울어댔습니다. 특히 밤에 자주 울었고, 한밤 중에도 그렇게 울어서, 부모님 잠을 깨운 일이 많아져서 부모님에게 '깜둥이 이번 주 안에 해결하라'는 최후통첩도 받았습니다. 성대수술이라도 시킬까... 싶은 생각도 해봤습니다. 일단 그 전에, 다른 방법을 취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것이라도 해야지 싶어 첫번째는 닭고기, 두번째는 캣타워를 생각하고 닭고기를 삶아줬습니다.(사실, 그 전에 아침저녁으로 닭고기를 주다가 건사료로 바꾼 지 얼마안되었어요.)


다행이었지만 조금은 허무하게도 당장 깜둥이의 울음이 그쳤습니다. 진작에 삶아줄 것을 그걸 모르고 그렇게 고생을 했던 겁니다. 엄마는 "니가 다 입맛을 배려놔서 그렇다. 그냥 사료만 줘라!!!" 고 하셨지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깜둥이는 그냥 건사료는 절대 잘 안먹습니다. 제가 입맛을 배려놓는 바람에... 그치만 건사료만 주구장창 먹는다고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질려요. 어쨌든 깜둥이의 울음은 이제 그쳤습니다. 가끔 불만이 있을 때면, 처음엔 와서 조르다가 안되면 베란다로 나가서 막 울어버리는 미운짓을 하지만 깜둥이를 통해서,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의 고양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놈이 바로 문제의 '깜둥이'라는 작자(?)입니다.



이사오고 딱 한 번 산책나갔을 때, 맥문동 풀숲에서



바깥세상이 늘 궁금한 호기심천지 고양이들...(특히 더 궁금한 깜둥)



지난 추석연휴 아침에 찍은 사진들(노랑이는 봄이, 까망이는 까불이)



까불이는 몸집이 웅장(?)한 것이 주물럭주물럭 하고싶은데, 영 허락을 안해요^^;



꾹꾹이는 요즘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 바람에 아주 귀찮아죽겠습니다. 그래도 이 때는 손가락에 부비부비하느라 기분이 좋아 죽는 표정입니다.



이불속에있다가 봄아~ 하면 꾸물렁꾸물렁 하며 나온다는 그 번데기고양이 봄이.





박진이

2009.01.15 (22:12:56)

고양이들이 너무 귀엽네요^ㅡ^*
그리고 하얀털(사진 위) 아이가 송루랍니다~
냥이들과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세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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