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순해서 멍순이. 아무나 보면 좋다고 쫄래쫄래 따라 간다고 쫄랑이 이게 우리 집 두 아이 이름 입니다. 일곱살 네살 된 시추 입니다. 둘은 모녀 지간이지요. 성격은 온순 멍청 하고 똥오줌 대체로 잘 가리고 (쫄랑이 100점 멍순이 80점) 잘 짖지 않으니 이만하면 어화둥둥 내 사랑이라고 할 만 하지요.
3년 전 아파트로 이사온 직후의 이야기 입니다. 그 전에는 시골 목장에서 풀밭을 뛰놀며 자랐지요. 풀밭은 쥐벼룩이 무섭지요. 우리 애들 쥐벼룩 땜에 고생 좀 했답니다. 물론 똥오줌도 풀밭에서 해결 했지요. 그런 아이들이 용변을 보라고 베란다로 내 몰리니 어린 쫄랑이는 이내 적응을 했지만 멍순이는 힘들어 했습니다. 용변을 참는 기색이었지요. 매일 누던 똥을 이틀에 한번씩 누더니 그만 만성적인 변비가 되었습니다.
변비에는 뭐가 좋을까? 마트가서 양배추. 오이. 캔옥수수 사 가지고 와서 주니 캔옥수수를 제일 잘 먹었습니다. 멍순이는 조금 먹다 시큰둥 한데 쫄랑이가 옥수수를 너무 잘 먹었지요. 본래 먹성이 좋은 쫄랑이지만 유별나게 옥수수를 좋아 했지요. 멍순이가 먹다 남긴 옥수수까지 먹어 치우고도 더 달라고 보챘지요. 사료는 본척만척 하구요. 사실 사료가 기호성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요. 나는 이렇게 많이 먹여도 괜찮을까 내심 찜찜했지만 너무 잘 먹는게 재미나 쫄랑아! 니 육식성 맞나? 옥수수 너무 좋아 한다! 라고 물어 보기도 했지요.
그날 이후로 쫄랑이는 옥수수를 달고 살았습니다. 반갑게 마중 한다고 한 숟갈... 이쁜 짓 한다고 한 숟갈... 보름마다 있는 재활용 수거일. 당번 아줌마가 왠 옥수수 깡통이 이래 많노? 할 때는 좀 민망 했습니다. 쫄랑이 똥 치우러 베란다로 나가면 노란 옥수수만 수북...... 결국은......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쫄랑이가 토하는게 심상치 않아 둘 다 데리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수의사는 급성 위염이라며 심하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하며 일주일치 약을 조제해 주었습니다. 옥수수는 먹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멍순이는 이상 무. 체중을 달아보니 쫄랑이 8키로 멍순이 6.5키로 쫄랑이는 살 좀 빼야겠다고 했지만 그때는 귓전으로 들었지요.
졸지에 식단표 1순위 옥수수는 퇴출 되고...... 며칠 뒤 건강을 되찾은 쫄랑이는 간식 달라고 그릇 앞에서 아르릉거리고... 쫄랑이는 입이 허전하고...... 나는 손이 허전하고...... 그래서 주기 시작한게 후랑크소세지. 5개 포장 된 소세지를 사오면 성장기에 있는 쫄랑이는 3개 멍순이는 2개 꼭 이렇게 먹이게 됩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갔습니다.
저녁 9시 집에 와서 쫄랑이 표정이 침울하길래 가보니 목 앞쪽이 벗겨져 있었습니다. 가려워 긁은 자국 같았습니다. 열도 좀 있는 것 같았구요. 퇴근하려는 수의사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쫄랑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쫄랑이를 진찰한 수의사는 무얼 먹이느냐고 물었고 나는 사료와 소세지를 먹인다고 하니 수의사는 발가락 사이를 핧지 않더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그런 것 같다고 하니 염분 과잉 섭취 같다고 했습니다. 개는 발가락 사이 땀샘으로 염분을 배출 시킨다며 갈색이 희끗한 발가락 사이 털을 가리켰습니다. 3일 간 주사 맞고 일주일 약 먹으면 나을거라며 소세지는 먹이더라도 양을 줄이고 당분간은 먹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만도 한 원인이라며 살을 빼야 한다고 했습니다. 체중을 달아 보니 10키로. 3분의 1을 빼야 정상 체중......
후랑크소세지도 식단표에서 퇴출 되고 사료는 다이어트 용으로 바꿨습니다.
식사 시간. 습관대로 멍순이는 식탁 아래 다리 사이에 앉아 있고 쫄랑이는 바로 옆의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한 입 얻어 먹겠다는 거지요. 밥 먹는 동안 내 얼굴만 하염 없이 쳐다 보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쫄랑이 수법 이지요.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조각처럼 말끄러미 쳐다 만 보고 있습니다. 동그란 이쁜 눈은 "난 당신을 믿어요" 라고 써 있는 것 같지요. 마음 약해진 나는 살 빼야지. 먹고 싶어도 참아라. 하고 외면해 보지만식사를 마친 뒤, 이건 살 안 찌겠지 하고 맛김 하나 집어 손가락으로 소금 탁탁 털어낸 뒤 주면 쫄랑이는 얼른 입에 물고 오물오물... 당연히 멍순이도 맛김 하나.
효과적으로 살을 빼기 위해서 운동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운동이래야 산보가 고작이지요. 쫄랑이를 데리고 산책로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쫄랑이. 보이는 사람들 마다 아는 척 하고 따라 가느라 운동은 커녕 쫄랑이 챙기기도 바빴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보낸 뒤 이래가지고 언제 살 빼랴 싶어 인적이 드문 이른 새벽으로 시간을 변경. 멀리 떨어진 공원으로 강행군을 하기로 했습니다. 공원까지 잘 따라오던 쫄랑이. 집으로 돌아 오려는데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거리며 주저 앉아 버렸습니다. 가자고 보채니 아예 벌러덩 드러 누워 버렸습니다. 결국은...끌어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만 강행군 하고 말았지요. 그날 이후로 강행군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런 저런 날 들이 쌓여 3년이 지나 갔습니다. 내 서투른 양육 때문에 먹보 쫄랑이가 고생을 좀 했지요. 요즈음 우리 집 두 아이는 한가로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쫄랑이도 2키로 쯤 살이 빠졌습니다. 더 빼야 되지만 빨리 빠지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올 봄엔 군자란이 꽃대가 높게 잘 피어 올랐습니다. 공작 선인장도 마디마디 빨간 꽃망울이 곱구요. 꽃은 어느새 시들지만 우리 집 두 아이는 늘 피어있는 꽃 아니겠습니까?
아이들과의 인연이 소중해 질수록 이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멍순이가 얼마나 내 곁에 있어 줄까. 5년...7년... 세월의 깊이를 가늠해 보곤 한기를 느끼게 됩니다. 모든 생명체의 숙명을 겸허히 받아 드릴 준비를 하면서......
비가 오는 날에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 곡을 즐겨 듣게 됩니다. 내 곁엔 두 아이들이 자고 있구요... 2악장 아다지오 끝무렵에 이르면 아이들 코고는 소리까지 더해져 5중주는 7중주가 되고......내 서늘한 마음은 아이들의 온기로 위안을 받고... 나는 살며시 일어나 소리를 낮추고 내 마음 속 수첩에 이렇게 적어 봅니다.
멍순아 쫄랑아 내 겉에 있어 줘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