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첫 인연, 회색이 때문에 고양이 집을 따로 짓고,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시름시름 앓은지 두달여, 쉽게 케이지에 넣어 병원에 가지도 못하는 놈이라 스스로 이겨내길 기다렸는데 결국은 떠남으로 이별을 했습니다.
양지바른 나무 밑에 회색이를 묻어주었습니다.
내 그리운 나비는 하늘로 날아갔다.
3년 전 봄날, 너는 아기였지
산길에서 혼자 울고 있던 너에게
왜 우느냐고 물었을 때
조금씩 조금씩 내게로 다가오며
혼자인 것이 슬프다고 했었지.
그때부터 너는 혼자가 아니었어
숲속에 살아도 하루 한 번씩 불러주는
아빠가 있어 기다리는 기쁨이 있었니?
아빠의 목소리를 벗어나지 않고
어디서든 야옹하며 쫓아오던 너는
한 마리 예쁜 회색나비였지
아무리 바람 불고 비가 와도
우산 아래서 맛나게 밥을 먹고
추운 겨울에도 목마르지 않게
아빠가 챙겨주던 물을 기억하니?
그렇게 산에서 2년을 살고
아빠가 마당있는 작은 집으로
널 데리고 왔을 때
전혀 다른 환경에 놀라 달아나면서도
아빠의 목소리를 벗어나지 않고
늘상 아빠소리 그늘에 머물던 너였지
조그만 기척에도 놀라고
다른 고양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오직 아빠만 바라보는 널 위해
그렇게 보듬고 가꾸었는데.
아가야, 어찌 조금씩 마르고 침울해하고
까닭모를 불안에 수소문하니 홍역이라고
다른 고양이들에게 전염되기 전에 안락사하라고
아빠는 네게 또 한 번 고통을 안기기 싫어
아침저녁마다 네게 일렀지
많이 먹고 힘내서 꼭 일어서자 나비야
차츰 기운이 지고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왜 널보며 아빠가 마음이 아프던지
괜한 짓을 했나싶어 후회도 많았는데.
오늘 이렇게 널 묻는다
내게 고양이에 대한 새로운 사랑을 알려주고
피조물과 피조물의 감성을 깨워주고
마지막 순간까지 나비야 하면
힘없던 소리로 대답하던 널 묻는다
혹여 다시 맞을 새 세상에선
네 뜻대로 네 의지대로 멋지게 살아갈
그런 당당한 피조물로 거듭나거라
아가야, 굳어버린 네 모습 위에
내 사랑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