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1366 vote 0 2004.01.24 (06:39:10)

전화벨이 울리자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습니다.

"동물병원입니다. 애석하게도 방금 멍순이가 죽었습니다."

오후 4시 30분이었습니다. 2시간 전 전화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차도가 없이 그냥 그대로 라고 했는데... 첫 발작이 일어나고 40시간이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죽음이었지요.

회한은 아쉬움과 자책이라는 꼬리를 달고 오는 법입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왜 나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을까? 멍순이는 내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을까? 만약 보냈다면 왜 나는 그 신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까? 자만심 때문일까? 하기야 자만심은 쉽사리 기습을 허용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법이지요.

털이 윤기가 없이 좀 거칠었지만 나이를 먹어 그러려니 했었지요. 아주 드물게 머리를 앞으로 빼고 욱~욱~ 해도 왜 그러니? 토하려나! 하고 무심코 지나쳤지요. 하지만 20일 전 쯤부터 멍순이의 행동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습니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고 잠을 많이 잤지요. 식욕이 떨어지고 재채기를 가끔했었지만 감기려니 생각하고 폐렴에 주의를 했습니다. 발열이나 호흡에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요. 5일 동안 똥을 누지 않아 잔디밭으로 데리고 가서 관장약을 넣어 주었더니 눌변을 제법 많이 누었습니다. 얼마나 시원할까? 내 속까지 후련해 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오줌도 많이 누었구요. 식욕이 떨어진 멍순이가 좋아하는 우동도 먹이고 고기 국물에 밥을 말아 주었더니 제법 먹었습니다. 먹기만 하면 기운을 차리겠지!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하루종일 먹지 않아 줄곧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던 멍순이가 갑자기 경련성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등이 빳빳해 지며 이빨을 꽉 다물며 발을 찼습니다. 눈자위가 휘둥그레지며 입에 거품을 물었습니다. 격렬한 통증이었습니다. 기도가 막히지 않게 입에 문 거품을 닦아주고 흉부를 맛사지해 주었습니다. 명치 부분에 호두알처럼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지요. 1분 쯤 지났을까? 경련이 멈추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멍순이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호흡마비일까? 심장발작일까? 밤 9시였습니다.

황급히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행히 진료 중이었지요.

멍순이를 진찰한 수의사는 심장과 신장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약간의 부종과 패혈증 끼가 조금 있는 것 같다며 체온을 재었습니다. 39도, 약간 높지만 염려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패혈증은 고열을 동반하는 법이지요. 혈액을 뽑아 심장사상충 검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음성이었습니다. 수의사에게 멍순이의 증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감기기운 심장마비 호흡마비 신경이상 수의사는 이야기를 듣더니 대사장애로 체내 노폐물이 축적되어 그런 것 같다며 주사를 놓고 심장 신장 기능 개선제 사료 1포와 6일 분의 가루약을 조제해 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멍순이가 원기를 조금 회복한 듯 사료를 좀 먹길래 다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조제한 약도 먹였구요. 오늘은 부산에 볼 일이 있는 날입니다.

밤 10시, 멍순이가 아프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발작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1시간 후 창원 집에 도착했습니다.

소파 위에 깔아 놓았던 담요는 멍순이가 흘린 침과 오줌으로 축축해져 있었고 멍순이는 드러누워 통증으로 신음하며 발을 찼습니다. 이미 기진맥진한 탈진 상태였습니다.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비상이었습니다! 동물병원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았습니다. 수의사의 핸드폰으로 걸었더니 다행히 받았습니다. 지금 고성에 있다며 그정도 상태라면 힘들 것 같다며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밤이 고비라며 내일 오전 10시 경에 병원 문을 연다고 했습니다.

멍순이가 또다시 발작을 합니다. 많은 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나는 이미 죽음이 멍순이에게 찰싹 달라 붙어 있는 걸 느낍니다. 죽음의 예감이 거실 가득합니다. 절망적이긴 하지만 이대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새벽 1시. 전화번호 책을 펼쳐 동물병원 란을 찾았다. 우선 큼직한 상호부터 걸었지요. 1군데 2군데... 거의 다 걸었지만 전화를 받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습니다...

발작의 빈도가 잦아지고 통증도 심해져 멍순이가 소파에서 떨어질 것 같아 아예 거실 바닥에 새담요를 깔고 멍순이를 내려 놓았습니다. 나도 곁에 누웠습니다. 어차피 오늘 밤 잠자긴 틀린 것 같으니까요.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가슴을 주물러 주고 기도가 막히지 않게 입에 문 거품을 수건으로 닦아 주었습니다. 고통에 겨워 꽉 다문 이빨을 벌려주고 통증이 약간 진정되면 헉헉거리며 내민 혓바닥에 손가락으로 물을 적셔 주었습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저렇게 고통스럽진 않을텐데......고통에 진저리치는 멍순이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습니다.

"멍순아 미안하다, 이렇게 아픈데 나는 네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구나..."

밤새도록 발작은 이어지고 멍순이는 지쳐 늘어져 있었습니다.

지옥처럼 아픈 기나긴 밤이 가고 아침이 왔습니다. 나도 정신이 아뜩할 정도로 녹초가 되었지만 멍순이는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희망이 반딧불이 불빛처럼 희미하게 아른거리다 사라집니다. 작은 희망조차 나에겐 위안이 됩니다.

아침 10시 동물병원에 도착하자 수의사에게 탈진해 늘어져 있는 멍순이에게 수액부터 놓아달라고 하자 수의사는 이내 그렇게 해주었습니다. 멍순이가 밤새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살아 있는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었지요. 수의사는 아직도 체내 노폐물이 쌓여 그런 것 같다고 했지만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기는 이미 지나가 버렸습니다.확실한 건 지금 멍순이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강심이뇨제를 놓고 원기를 회복하기만을 지켜보는 방법 이외엔 아무런 방도가 없었지요. 죽고 사는 것은 이제 멍순이에게 달려 있었습니다. 멍순이가 경련을 시작하자 나는 수의사에게 차라리 안락사가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수의사는 멍순이의 동공과 항문을 살피더니 일단 입원 시켜보자고 했습니다.

"희망이 보입니까?" 내가 체념한 듯 물었습니다.

"희망이 없으면 입원 시키라고 하겠습니까?" 수의사가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지푸라기같아 보이는 희망이지만 나는 그래도 그걸 잡고 싶었습니다. 확실한 건 오직 하느님만이 아시니까요.

"이 아이 내가 없으면 불안해 할텐데 여기 있으면 안될까요?"

"지금은 누가 곁에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 할겁니다."

하기야 좁은 병원에 있는 것도 무리였습니다. 나는 멍순이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멍순아 좀 있다 올께 기운 차려라!" 그 것이 살아서 하는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5시간 후 멍순이는 죽었습니다......

다음 날 멍순이는 한 줌 유골로 변해 내 품에 돌아왔습니다.

8년 전 힘든 목장 일로 몹시 지쳐 있던 나는 가족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고 우리 가족들은 모래 알갱이처럼 각자가 서로 겉돌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러한 때에 멍순이가 우리의 새로운 가족이 된 것입니다. 멍순이는 이내 우리 가족의 중심이 되었지요. 멍순이로 인해 우리 가족들의 대화는 증가되고 교감은 깊어졌습니다. 멍순이는 우리 가족들을 점착 시키는 역할을 잘해주었던 것입니다. 내게 진정한 마음의 풍요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었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그 자리에서 날 묵묵히 지켜봐 주었지요. 젖소가 우리에서 튀쳐나오면 제일 먼저 알려주었고 내가 소를 몰아가면 겁없이 소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말려도 막무가내였었지요. 유난히 코골이가 심해 우리 가족을 많이 웃게 만들던 멍순이.

우리 곁을 떠난지 이제 5일 네가 없는 어제 설날은 정말 쓸쓸하더구나. 네 딸 쫄랑이도 외롭고 우울해 보인다. 이제 천국에 있을 우리 멍순이 너랑 듣던 다브라스의 자장가를 보낸다. 지금도 내 귀엔 네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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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리자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습니다. "동물병원입니다. 애석하게도 방금 멍순이가 죽었습니다." 오후 4시 30분이었습니다. 2시간 전 전화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차도가 없이 그냥 그대로 라고 했는데... 첫 발작이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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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 미일씨의 다섯번째 입양된 페키 "보배" 이야기

  • 2003-12-28
  • 조회 수 1595
  • k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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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똘망 자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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