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초여름, 저도 은행가다 우리 아리를 만났어요.
인연은 참으로 오묘한것이라고 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데, 혜선씨처럼 그날 따라 은행에 통장정리를 하러갔었어요.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으니 시간도 거의 비슷 하네요.
대구 서문시장 에 동물 파는곳이 2군데 있는데, 두군데 모두 자주 지나다녀야 하는 길 이였어요.
지름길인데도 불쌍한 동물들을 볼수가 없어 시간이 더 걸려도 몇 년째 먼길을 돌아 다녔는데, 이상하게 아리 랑 인연이 될라고 했는지 그날은 큰맘먹고 그앞(동산병원 육교 밑)을 지나가게 됬죠.
거의 눈과 귀를 막고 달리는데, 동물들이 갇혀있는 케이지 앞을 지나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려지고 순간 눈이 딱 마주친 아기 고양이..
그 당시 엄마집에 얹혀 있었으므로 우리 꼬마(냥이)도 데려오지 못하고 협회 고양이집에 맡겨논 형편에 더 이상 고양이를 들일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때 케이지 안의 고양이 숫자가 두 마리만 됬어도 냉정하게 포기 했을지도 몰라요)형편 없이 말라 나를 바라보며 데려가 달라며 애원 하는 듯한 두눈을 보자 뒷일이야 어찌됬던 생각도 할수 없었어요.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새 케이지 앞에 앉아 아기 고양이 흥정을 하고 있더군요.
작은 새장 안에 제 덩치의 세배쯤 되는 강아지들 밑에 눌려(움직일 공간이 틈조차 없었고 말그대로 포개져 있더군요)숨도 못 쉴 지경에, 그동안 얼마나 굶었는지 등뼈와 갈비뼈가 앙상히 드러나 있고 콧물, 눈물이 말라붙어 처음엔 커다란 점인줄 알았답니다.
“아기야” 하고 부르니 입만 벌리고 벙긋 거릴뿐 너무도 힘이 없어 소리가 나오지 않더군요. 그대로 두면 오늘중 으로 죽을 것 같았어요.
“그래 죽더라도 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쓸쓸히 죽게 하진 말자.. 다만 몇 시간 이라도 가정의 아늑함과 짧은 시간이라도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죽어도 우리집에 가서 죽자” 며 만원에 업어 왔어요.
집에 오는 동안 품에 안겨 골골 데는데, 한시도 제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며 안도 와 고마움의 표시를 보여주었지요.
다행히 독불 장군, 안하무인, 오만불손 성격의 소유자 금돌이가 작은 아기고양이를 반겨 주었고, “또 고양이야?”하시는 어머니도 사실은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시는 분이라 불쌍하게 여겨 먹을걸 열심히 챙겨주신 덕분에, 며칠을 넘기지 못할 것 같던 녀석이 건강하게 살이 토실토실 올랐답니다.
한동안 먹지 못해 먹을것에 걸신이 들린 마냥 냉장고 문 여는 소리에 자다가도 총알처럼 튀는 모습에, 오빠가 총알이라 이름 붙인걸 총알--> 알리--> 아리 가 됬답니다.
어느새 아리도 9살이 넘어 10살이 되어 갑니다. 요즘 생식으로 전환한 아리는 몰라보게 풍성한 아름다운 털과 색깔에 “멋지구리, 멋지구리 아리”를 연발하며 혼자 감탄 합니다.
9년전 6월, 그날 따라 은행에 통장정리를 하러 가지 않았더라면..
아리는 어찌 됬을까? 인연은 참 묘 하지요?
>이녀석 지금 언니오빠들의 귀염을 독차지 하고. 고양이 4마리가 나란히 누워서 자는거 보면 무척 흐믓하죠. 좀 크면 코켓도 함께 놀수 있게 해줘야죠. (ㅋㅋ 불쌍한 코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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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끄만 녀석이 공잡는다고 다리 좍좍 벌리면서 뛰어다니는거 보면 너무나 이쁘죠. 쭈켓목에 매달려서 놀아달라고 하면 쭈켓은 가만히 참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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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효 이제 벌써 5마리네요.
>불쌍한 녀석을 보면 또 구조하겠지만, 집은 드디어 포화상태가 되어 버렸네요. (^^) 그래도 이뻐요.
>제발 더 넓은 집으로 갈때까지 더이상 늘지 않길 기도할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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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첨엔 엄마가 기가 막혀하다 귀여운 얘기만 하니 황당해만 하시더군요 . 근데 이녀석은 왠지 우리집에 오게 될 녀석이였던거 같아요.
>그날따라 오후6시에 은행에 통장찍으러 갈일이 뭐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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