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임박한 오후 5시. 전기난로 옆에 앉아 훈훈한 온기를 느끼며 커피를 마시는 중입니다. 맞은 편 의자 위에는 말티즈 잡종견 한마리가 꼬박꼬박 졸고 있고 옆 자리 소파 위의 시추 두마리는 아예 드러누웠습니다. 열 달 동안 내게 온 유기견들로서 작년 6월 집으로 간 시추 한마리를 더해 모두 네마리가 됩니다.
집으로 간 시추는 1년 쯤 된 수컷이라 이름을 멍돌이라고 지었습니다. 남자를 무서워하며 피하고 여자 뒤만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지금도 검은 옷 입은 남자를 특히 무서워하며 싫어합니다. 작년 1월 멍순이 죽고 쫄랑이 혼자 있었는데 어머니 당신께서는 내 눈치 살피시느라 내색은 않으셨지만 한결 홀가분함을 즐기시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멍돌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자 시커멓고 못생겼다며 불평을 하시더니 불안감을 느끼셨는지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두 마리 이상은 안된다라고......
나이가 3살 쯤 된 말티즈 잡종견은 몸집이 작고 몸무게가 2키로 밖에 되지 않아 이름을 꼬맹이라고 지었습니다. 말티즈에 슈나우저에 요크...... 이하 생략하겠습니다. 혈통이 말해주 듯 귀엽고 예쁘고 용감하고 똑똑합니다. 관리실 마스코트입니다. 모두들 귀엽다고 합니다. 작년 9월 마치 주인인 것처럼 내 품 안으로 뛰어들 듯 안겨 온 수컷 아이입니다. 항문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고 탈골된 채 굳어버린 오른쪽 뒷다리를 절룩거렸습니다. 신부전증이 있는 지 이따끔 경련을 합니다.
소파 위의 시추 한마리는 작년 12월 근처 가게의 할아버지가 데리고 와서 한마리 더 키우라며 데리고 왔습니다. 안 맡아주면 등을 잡고 있는 손을 놓아버리겠다고 위협하길래 맡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수컷입니다. 왼쪽 눈이 결막염에 감염되어 심하게 충혈되 있었고 백내장이 진행 초기 상태였는데 지금은 결막염은 치료가 되어 깨끗하고 백내장은 자세히 보아야 약간 팥알만큼 뿌연 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골격이 크고 몸무게도 8키로 쯤 되는 우직하고 둔해 보이는 것이 매력입니다. 앞다리 들고 서 있는 폼이 곰과 흡사해 이름을 곰돌이라고 지었습니다.
바로 옆의 시추는 새끼를 낳아 본 적이 없는 나이가 1년 쯤 되보이는 어리고 예쁜 암컷입니다. 근처 가게 아저씨가 가게 앞에서 기웃거린다며 열흘 전에 데리고 왔습니다. 많이 굶었는지 며칠동안 사료를 엄청나게 먹고 똥도 엄청 누더니 이제 어지간한 지 요즈음은 조금 덜 먹는 것 같습니다. 까불쟁이라 아주 정신을 못차리게 설쳐됩니다. 옛주인에게 사랑 받고 살았는지 연신 내 무릎에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떠는 게 여간 귀엽지가 않습니다. 혹시 주인이 찾을런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인 찾는 벽보는 붙여 놓았습니다만 5일 동안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졸고 있고 그걸 보고 있는 내 마음은 즐거워집니다. 너댓평 남짓한 공간에서 세마리의 개들은 안식을, 나는 행복을 느낍니다. 이 들은 저마다 친화력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고 자세히 보면 더욱 더 그러한 것을 나는 느끼게 됩니다. 함께하는 날들이 하루 이틀 더해 지면 정 또한 더해 지겠지요?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들어가는 노력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참견을 하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이미 포화 상태인 이 곳에 누군가 또 버려진 개를 데리고 왔을 때의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 것을 거절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것은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걱정이며 미래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네마리의 버려진 개들과 함께하는 현재의 날들이 무척 즐겁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