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대전역이었던가?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날이었다.
역부근 광장에서 약을 파는 아저씨가 원숭이를 데리고 있었다.
원숭이는 굵은 쇠사슬에 메어져 있었으며, 좁고 긴 나무토막위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원숭이는 졸리운가 보다 자꾸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아저씨는 그때마다 원숭이의 머리를 때렸다.
내려오지 말고 얌전히 앉아있으라고...
그리고는 막걸리를 종이컵에 따라서 받아 마시게 했다.
술을 받지 않으면 또 맏는다.
사람들은 막걸리 먹는 원숭이를 신기한 듯 쳐다보고 웃었다.
이미 원숭이는 너무 취해 얼굴과 눈이 어두운 핏빛으로
술에 절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이 몹시 처절해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분을 삭이며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말한마디 못하고... 왜 그리 용기가 없는걸까 ...
그날 나는 생전 처음으로
인간이란 동물의 존재에 대해 비애를 느꼈다.
지금도 가끔 그 원숭이가 생각나면,
꿈속에서 조차 슬퍼진다.
얼마나 술을 강제로 먹었을까
얼마나 편히 잠을 자고 싶었을까
지금쯤 살아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