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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감 처럼 처마 밑에 매달린 냥이.고 녀석 새끼 때 백은영씨 일기에 작디 작았던 놈이 벌써 저렇게 커 버렸나!  늘어져 있으니 더 기다랗게 커게 보인다.


정행씨(백은영)의 동물일기는 농촌의 정경을 아름답게 그려 놓은 시 입니다.

 


정행씨의 동물일기

비속에 비가 또 그렇게 내리더니 산하를 다 떠나보내고서야 겨우 울음을 그치고 오늘은 또 이렇게 하늘이 청명하다.

아주 오랫만에 우리들(나 희동이 맑음이 냥이) 은 햇빛속으로 걸어나가 감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드러누웠다.

이제는 늙어 버려서 힘에 부치는 지 여름이 한창이던 지난날
무수히 어린 감들을 쏟아내더니
지금은 빈가지만이 울창한 우리집 터줏대감 감나무.
그 허리에 전선줄을 불끈 동여매고 대나무 바지랑대를 걸친 빨래줄에 이불을 활활 털어 널고서..

한참 게으른 몸짓으로 햇볕을 받고 있으려니...

고모가 일부러 깨를 털러 오셨다.

다 같이 가난했던 시절에 태어나 어릴적부터 노동에 익숙한 우리 고모는 깨를 털고 하얀깨로 정제될때까지 일련의 과정을 아주 능숙하게 하신다

와우!.. 거기에 또다른 세상이 있었다. 깨와 더불어 사는 생명이 이렇게 많았다니.. 족히 수십가지는 넘어 보였다. 그 기묘한 색상과 모양새들은.. 조물주의 상상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빨갛게 익은 고추도 따서 마당에 널어놓으니 이 녀석들이 신이 났다.

모든 것이 너무나 신기한 아이들이다.

하늘을 가득 메우는 잠자리도.. 옆집 폐가의 키큰 덤불속의 참새때들도.. 심심잖게 기어나오는 두꺼비도..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는 앞집 닭장속의 닭들에게도 이유없는(?)흥분을 한다.

홍콩영화에 나오는 무사들처럼 허공을 휘휘 날아
사뿐히 지붕을 오르는 냥이를 보시고 할아버지께서 한 말씀 하신다.

"자는 우찌 점점 고양이를 닮아가누.. 희안한 일이로다"

"^^" "^^"
이빨도 채 나지 않았을때 들어온 업동이를 우리 맑음이가 제 새끼들 틈에 젖 물려 키웠을 때는 "자는 와 저래 못 커노.." 하시며 안타까와 하시더니...

분명히 강생이인데 점점 고양이의 자태을 닮아가는 것이 자뭇 신기한 내색이시다

하지만.. 부모의 그늘은 하늘보다도 높고 바다보다도 깊다하지 않았는가?

겨우 허기만 면한채 어미와 형제들의 은근한 학대를 받으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냥이는 아직도 엄마의 품이 그립기만 한데..

어미의 낯선 으르렁 거림에 당황한 냥이는 내게로 풀쩍 뛰어올라 손등이며 팔뚝을 끊임없이 핧아댄다.

아주 까끄러운 냥이의 혓바닥 감촉은 나마저도 냥이를 한켠으로 밀쳐버리게 한다

상심하고 화가 났는 지 냥이는 급기야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널어놓은 깨에다가 쉬도
하고 똥도 누더니 깨를 덮어 놓는 것이다.

이런이런.. 참기름을 짜서 추석때 써야 하는 귀하디 귀한 곡식에다 먼저 실례를
하다니..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과'인줄 알겠다.

희동이 맑음이도 똑같은 녀석들이다. 왜 하필이면 깨위에다가 발자국을 찍는지..
어쩔수 없이 녀석들의 마수를 피해서 고추는 장독대 위로 올라가고 .
깨도 마루위로 자리를 피했다.


아..
오늘도 개털 자욱한 이 거리를 꿋꿋리 헤쳐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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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젖을 먹여 주었던 어미 개를 냥이가 깔아 뭉개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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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위에서 뒹굴고, 게으름 피우기. 시계 곁에서 시계와 키 재기하나 아니면 시계 지킴이를 하는지 모르지만 참 예쁘고 귀여운 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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