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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하면서.
by kaps (*.224.163.215)
read 11417 vote 0 2002.03.29 (22:49:58)

봄날처럼 따스한 마음을

( 금선란회장의 수필 중에서, 1996년 3월호 불교잡지 불광.)

가을이 되면 노랑, 빨강 잎이 달린 많은 나무들, 잎이 떨어져, 땅 위에 수북이 쌓여, 잎들을 밟고, 와삭 와삭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걷는다는 것, 또한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아름다운 잎들을 보면서, 나는 가을 정취에 반해 버린다. 그러나 그 감동은 한 순간, 어느 사이 인생의 허무함과 생명의 덧없음을 생각하면서 가을이 싫어진다. 곧 닥칠 겨울을 생각하면 더욱 어두운 마음이다.

춥고 어둡던 겨울도 잠시, 따스한 봄기운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쁨을 느끼면서 새로 태어나는 생명처럼 희망 솟는다. 나는 봄을 참으로 좋아한다. 그 따스함 때문인지...

약 50년 전 대구는 지독히도 춥고 눈도 많이 내렸다. 초등학교(그 때는 국민학교로 불렸음)시절 내 키보다 더 높게 눈이 쌓여 눈 사이를 골목 길 가듯 지나면서 재미있고 신이 나서 뛰어가던 일도 자주 있었다.

50년전이라면 가난하여 모두 어려웠던 때이다. 겨울에는 모두 나무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방을 따뜻하게 하였다. 아무리 불을 지펴도 한옥은 여전히 찬바람이 방에 들어와 따끈따끈한 아랫목의 두꺼운 이불 속으로 형제들은 서로 발을 많이 넣으려고 싸우기도 했다. 그러한 어려웟던 시절임에도 불구, 우리 집에는 개, 고양이, 닭, 흰 쥐 등 동물을 많이 키웠다.
우리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동물에게, 아니 모든 생명체에게 그렇게 자상하면 잘 돌보아 주셨다.
마당에는 큰 개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름은 "양구"라고 하였다. 또 고양이는 "양순"이라 지어 주셨다. 아마 동물이 모두 선량하고 착하다는 의미로 그렇게 지어주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추운 겨울을 양구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마루 밑 공간을 최대한 잘 이용하여 양구가 충분히 다리 뻗고 누울 수 있고, 충분히 설 수 있는 크기로, 또 바람이 적게 들어가도록 사방을 완전히 막고 입구만 조금 뚫었다. 개 집안에는 짚더미를 산더미처럼 넣어, 양구가 누우면 짚 속에 푹 쌓여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가족들에게 사랑을 담뿍 받은 양구는 온순하여 고양이나 닭이 양구 집에 들어가도 전혀 싫어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함께 누워 자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나는 그들이 평화롭게 같이 자고 같이 노는 것을 보면 내 자신이 행복함을 느꼈다.
고양이는 주로 방에서 지내지만 때론 마당으로 대소변 보기 위하여 자주 나가는 일이 있기 때문에 아버지는 창호지문을 고양이가 들어 올 만큼 뚫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였다.
밤에 양순이가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서 이불 속 내 발치에 누워 갸르릉 소리를 내는데, 나는 잠결에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 촉감에 잠시 잠이 깨이지만, 그 털이 너무 부드러워 포근하고 멋진 기분에 쌓여 다시 잠들곤 하였다.

아버지는 또한 식물도 나무도 너무 사랑하여 화초도 마당에 있는 감나무도 잘 자랐다. 화초 중 "군자란"은 특히 아버지가 가장 사랑하셨다. 나는 색깔 중 "주홍색"을 가장 좋아하는데 아마 군자란의 붉은 주홍색 꽃 색깔의 예쁨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꽃 색깔에 매료되고, 가을이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의 감색에도 아마 반하여서 그런 것 같다.

동물에게 잘 해주시는 부모님들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인정과 동정을 베푸셨다. 나는 부모님들이 가난한 이웃을 여러모로 도와주시는 것을 보아왔다. 우리 7남매는 (나는 6번째) 부모님으로 부터 "착하게 자라야 된다." "공부를 잘해야 된다."는 등 말씀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사이인지 내 마음 속에는 말 못하는 가엾은 동물들, 가난한 이웃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내 위치보다 못한 사람들, 동물들은 돕는 것은 당연히 사람의 할 일인 줄로 알고, 가슴 깊은 곳에 자연스럽게, 새기며 자랐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 착한 심청이, 흥부, 홍길동, 소공녀, 소공자 등 국내외 동화전집도 많이 읽으면서 주인공들처럼 착하게 또는 불우한 이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돕고 살 것이라고 다짐도 하였다.

자라면서 보아 온 것은 강자인 인간이 말을 못하여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약한 동물을 돕기는 커녕 업신여기며 괴롭히는 것을 수 없이 보아왔다.
"차에 치여 쓰러져 있거나, 배고파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또 피부병으로 더럽다고 쫓겨나 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개, 고양이들이 있어도 아무도 그들을 도우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배고파 울면 발로 걷어차거나, 몽둥이로 때리며, 개, 고양이는 물을 먹지 않는다면서 짜운 찌거기 음식 주고도 물도 주지 않아 목이 말라 병든 그들.
산의 야생동물도 마찬가지였다. 무지하고 잔인한 사람들은 동물들을 고통과 공포 속에 몰아 넣고, 온갖 방법으로 수난 당하고, 학대받는 동물들 이야기를 어떻게 다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들이 그런 극한 상황 속에 있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내가 그런 상황을 목격했다면 어찌 외면하고 그들을 도우려고 하지 않을까? 인간과 동물이 같은 고통을 느끼는데 사람은 돕고 동물은 무시하고 방치한다면 그것은 남을 의식한, 보이기 위한 거짓 인간애에 불과하리라.
내가 동물에게 특히 개와 고양이에게 사랑과 동정심을 더 베푸는 이유는 개, 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사는 가장 불쌍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이제 포근하고 따사로운 봄이 오겠지. 봄날처럼 따뜻한 사랑을 동물에게도 베풀 수 있다면.... 베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오히려 쉬운 일이다. 사랑과 인정을 받은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을 본다면 어떻게 주지 않고 배길 수 있단 말인가?
기뻐하고 좋아하는 그들을 보면 나 역시, 기쁘고 기분 좋고 신이 나기 때문이다.
이 봄을 맞이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봄날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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