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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을 기다립니다
read 10823 vote 0 2006.01.17 (23:03:43)

지난 일요일 저는 6년동안 기르던 한 고양이를 하늘로 보냈습니다...

안락사를 시킨거죠.

오늘도 아무일도 거의 못하고 많이 울었습니다.

나이도 꽤 있는데... 역시 가족같이 지내던 무언가를 잃으니 많이 마음 아프네요..

일요일에 보낸 애는 이름이 호순이 입니다.

처음 아주 어릴때 데리고 올때부터 무슨 사고를 당한건지 뒷다리 반쯤 잘려나가있었습니다.

무슨 일들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허약하고, 피부병도 온몸에 퍼져있었고, 치질도 있었고,

영양실조상태였죠.. 그런 애를 데려와 치료하고 건강하게 잘 키웠습니다.

호순이 말고도 다른 냥이들도 있어요. (거의 버려진... ^^;;;;)

3년 전쯤에는 호순이가 새끼를 낳기도 하고 그랬죠..

그러나 호순이는 늘 마음속에 심한 두려움을 늘 지니고 있었어요. 제가 처음 혼내려고 소리를 질른순간

눈빛은 두려움으로 바로 가득해지고 그 후로는 늘 어딘가 모르게 경계를 하더라구요..

처음 혼낼때는 목욕을 시키는데 하두 빽뺵대고 도망갈라구 버둥대다 할퀴고.. 그때였는데..

그래도 출산때 옆에 있어주니까 골골대면서 새끼를 잘 낳고 잘 길렀습니다.

맘 한구석 경계심은 있었지만 절 믿었나봐요. 새끼를 만져도 신경도 안쓴거보니..

그런데 불의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지금도 이것때문에 원망도 많이 되는데..

별로 자세히 말하고 싶지도 않네요. 아뭏든 제가 없을때 누군가에게 잘못 맞아서 며칠간 기절해있다가

의식을 찾았을땐 몸이 거의 마비수준이였어요. 시간이 갈 수록 나아졌지만.. 시력도 회복되고.. 그나마 이동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상 나아지지 않네요. 그렇게 된지 벌써 삼년은 된거 같아요.

사료는 먹는데 몸을 앞으로 못 숙이니 밥통에 가득 채워줘야 윗부분에 있는걸 먹고

물은 물 위에서 혀만 와따가따 그러면서 한두방울 마시기는 하는데..

물을 먹여주는것도 점점 한계가 오더라구요.

몸이 불편해서 화장실로 들어가지 못하니.. 화장실을 현관에 두었는데 그 근처에 볼일을 보니.. 현관밖으로 새어나가고

집주인하고도 싸우고... 결국 우리를 하나 사서 가둬놨지만 몸이 아프니 큰 소리로 울어댈때가 많습니다

그만 울어대라고 달래기도 하고.. 많이 혼냈는데

그간 고민도 많이 했어요. 더이상 나아지지도 않으니 보내주어야 할 거 같은데.. 같이 사는 친구도 차라리 보내는게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쉽게 마음 결정할 수 없더라구요

몇개월을 차츰차츰 마음을 다지다가 일요일에 보냈는데..

보내구 난 후 이렇게 마음 아플 줄 몰랐는데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네요

못해준것만 생각나고 너무 미안하고 그렇게 만든 사람들 넘 원망스럽고 ..

넘 울었더니 머리가 아파요.

그래도 이렇게 계속 아파할 수는 없어서 오늘 이후로는 생각안하려구요.

또 호순이의 딸도 지금 불임수술해서 보살펴줘야하고.. 다른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제 생활도, 제 일도 있으니.. 더 이상 아파하지 말아야겠죠.

눈에 보이지 않으니 지금쯤 호순이가 다른 세상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는지.. 모르죠. 그냥 죽음은 죽음일수도 있고.

그렇게 몸이 아파도 삶이란건 살아야하는 걸 수도 있고.. 그냥.. 정말 좋은 곳에서 그동안 자유롭게 못 뛰어 놀아서

답답한거 지금 다 풀고 있을거라고 믿는게 맘이 젤 편하긴 하죠..

그동안 병원에 가려고 데리고 나가면 울기 바빴는데 일요일은 불안해 하긴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얌전했어요

병원에 맡기고 왔는데 (차마 더 이상은 못보겠어서...) 의사선생님도 안울고 얌전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맘 독하게 먹고 갈때 옆에 있어줄껄.. 지금 좀 후회도 되지만 .. 아마 못했을꺼에요 --;

아직도 좀 그래요.. 가고싶어했을까.. 가고싶지 않은데 내가 보낸건 아닌가... 머리속이 많이 복잡하기도 합니다.

병원가는 길은 .. 차를 가지고 나갔는데.. 집밖은 꼬불꼬불한 골목길이라 보통은 차 한대 마주치면 끝인데..

그날 따라 아예 길을 막고 있는 트럭에.. 또 몇대랑 더 마주치더라구요. 그런거 생각하면 또 더 맘 아프고.. 그러네요..

막상 이렇게 맘 아파보니.. 안락사 시키는게 얼마나 기르는 사람에게도 아픔인지 알거 같아요

하물며 협회에 계신분들도 그때그때마다 정말 맘 많이 아프겠죠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정말이지 저는 다시는 이런 것 겪고 싶지 않아요.

나몰라라 하면 그만이겠죠.. 사람들... 버리고 안보면 끝이겠죠...

하긴 저도 이번일로 막연하게 맘 아프다고만 알고있었는데 이제 이 감정 알겠네요.

완전히 근절될 수는 없겠지만.. 정말 차라리 보내주는 게 나을 경우가 아니라면 안락사를 안했으면 좋겠네요

멀쩡한 동물을 치명적으로 다치게 하고 죽게하는건 말할 것도 없구요..

두서없이 막 글을 썼는데.. 아뭏든.. 제 그냥 가슴속에 있는 것 털어놓고도 싶고..

공감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 글 올려봅니다.



고중철

2006.01.18 (01:55:45)
*.150.191.114

경험없는 저도 읽으며 눈물이 흐르는데 얼마나 아플까요. 기운내세요, 용기를내야 남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지지 않겠어요? 아픈기억은 접어두고 남은 아이들 눈을 바라보세요.
박혜선

2006.01.18 (10:56:12)
*.6.14.229

힘내세요. 살다보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시기가 꼭오죠. 단 그 시기가 늦게오는지 빨리오는지 그 차이겠죠. 호순이 글 한번에 읽지 못하고 나눠서 중간중간만 읽었어요.너무 슬프기에 아무렇지 않게 읽어내리기가 힘드네요. 하지만 호순이가 수현씨 가족이 되지 않았다면 벌써 하늘나라고 갔었겠죠. 6년동안 살면서 행복했던 시기가 더 많았으리라 합니다. 가족들이 떠나 저희곁에 없지만, 대신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기억은 영원히 함께 하쟎아요. 저도 5마리의 냥이들이 있는데, 아직 어리죠. 그렇지만 이녀석들과도 언젠가는 헤어질날이 오리라 봅니다. 아직 멀었지만, 1초1초를 소중한 시간들로 여기며 추억거리로 입력해놓고 있답니다. 수현씨 슬프지만 힘내세요. 홧팅 ..기쁜일 슬픈일 함께 나누고 싶은일이 있을때마다 항상 글 남겨주세요. 우리모두 한마음이랍니다.
최수현

2006.01.18 (18:54:24)
*.111.98.131

힘든 결정을 하셨네요..안락사라는 단어가 몸서리치게 싫으셨을텐데 이렇게 마음을 담아 글을 쓰셨을때...많은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생각되네요. 읽으면서 저도 마음이 싸해집니다. 키우던 애기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게 되면 당장은 못해준 기억만 생각날듯 해요. 안락사를 시킨게 최선이었을까라는 회의도 들듯하고..
하지만 수현님이 쓰신글을 보니..호순이에게 정말 큰 사랑을 부어주신게 너무나 분명히 보여서 호순이도 그사실을 알고 있었을겁니다. 6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닌데..그 세월을 장애묘인 호순이를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길러내신걸 보면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보여지네요. 지금 당장은 아프시겠지만...남은 아이들을 생각하셔서 얼른 기운차리시고 남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시길 바랄께요. 아마 호순이도 그걸 바랄것 같구요. 저도 이제 9년째 접어드는 깜찍이와 마리를 보내야 할때가 곧 올것 같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항상 생각에서 그치고 늘 곁에 오래오래 살아라고만 이야기해요. 죽음이라는게 슬프지만..그래도 호순이가 수현님께 준 사랑을 생각하면서 또 남은 아이들을 보면서 이별을 견딜수 있을꺼에요.
힘내세요!!
(이름이 같아서...더 맘이 쓰이네요. 수현님!! 기운내세요)
전병숙

2006.01.18 (20:08:38)
*.234.64.3

넓게 키워쓰기로 하자면 온~바다를 담을수 있고, 작기로 한다면 바늘귀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했읍니다.그렇게 몸이 불편한 호순이를 바다같은 사랑과 정성을 오랜시간,쏟아부운 수현씨의 마음을 호순이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갔을것입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다가오고 또한!! 피할수 없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뼈아프게 슬픈일이며 가슴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남은 녀석들을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셔야 해요. 힘내셔요.!!
김수현

2006.01.19 (19:20:24)
*.101.196.37

모두들 넘 감사합니다.. 이제 마음좀 추스렸어요. 남은 아이들도 있으니 미안한 만큼 더 잘해주려구요.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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