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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8698 vote 0 2002.12.10 (02:19:04)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어리석음

 고등학교 시절 어느 영어 참고서에 "굴을 이 세상에서 제일 먼저 먹기 시작한 사람만큼 용감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짤막한 글이 실린 적이 있었다. 굴을 즐기는 사람들은 눈 하나 찔끔하지 않을 일이겠지만 생굴은 참 징그럽게 생긴 게 사실이다. 껍질도 울퉁불퉁 그리 잘생긴 건 아니지만 생굴의 그 물컹물컹한 것이란 천식이 심한 사람이 뱉어놓은 가래 같기도 하고 비 갠 후 껍질없이 슬글슬금 기어다니는 민달팽이 같기도 한 것이 그리 상쾌한 모습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동물들을 흔히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나눈다. 소나 말같은 동물들은 초식동물이고 호랑이나 사자는 대표적인 육식동물 이다. 하지만 들에서 풀을 뜯던 소가 어느 풀잎에 진딧물이 앉아 있다고 해서 가려 먹지는 않는다. 주식으로 하는 동물일 뿐 절대로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케임브리지 대한 연구진은 붉은큰뿔사슴들이 풀숲에 만들어 놓은 둥지 속의 새끼새들을 넙죽넙죽 집어먹는 것을 여러 번 관찰했다. 제인 구달 박사도 초식만 하는 줄 알았던 침팬지들이 게걸스레 고기를 먹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하곤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침팬지들은 사실 육식을 좋아하지만 자주 고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구할 수 있는 과일을 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동물들이 주로 먹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우리가 그들을 구분하는 것이지 그들이 항상 우리의 분류체계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자연계에서 인간처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즐기는 동물도 그리 흔하지 않다. 인간 외에도 이른바 잡식성 동물들이 없는 건 아니자만 우리들의 식성에 견줄 만한 동물은 없는 것 같다. 인간하고 살면 식성도 덩달아 게걸스러워지는지 집에서 기르는 개들은 결국 그 집안 식성을 어느 정도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의 먼 조상인 늑대의 식단과 비교하면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지역과 종족에 따라 음식문화처럼 판이하게 다른 것도 별로 없다. 파나마의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에 있더 시절 얘기다. 셰계 가국에서 모인 생물학자들이 어느 날 서로 자기 집 자랑을 하는 골목길의 아이들처럼 각기 자기 나라의 기이한 먹거리 풍습을 늘어넣게 되었다. 이탈리아나 그리스에서 온 친구들의 자랑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우린 멍게도 먹는다"는 나의 폭탄선언에 싸움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국제경기에서 내가 금메달을 딴 유일한 순간이었다.

동물들의 식단을 조사해보면 대체로 우리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조상 대대로 먹던 것을 그대로 먹고 산다. 그들이라고 우연히 발견한 맛잇는 음식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새로운 식단을 개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먹어봐야 하고 먹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터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 처럼 과학이 발달하여 새로운 먹거리를 미리 화학적으로 분석하여 안전성을 점검할 수 없는 동물에게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오래 전 영국에서는 이른 아침 집 앞에 배달된 우유병의 마개를 찢고 우유위에 떠 있는 기름켜를 먹어치운는 박새들이 등장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우유에서 크림을 걷어내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찬 공기를 맞으면 우유 위에 기름이 두툼하게 뜨곤 했다. 콜레스톨이란 말만 들어도 입맛을 잃고 마는 현대인과는 달리 박새들에게는 그 큼직한 기름덩이가 더할 수 없이 달콤한 별식이다. 결국 이같은 박새들의 새로운 먹거리 습성은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우유회사는 끝내 돌려서 닫는 마개를 써야 했다. 그러자 박새들은투덜투덜 다시 예전에 먹던 빽빽한 음식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먹고 있는 모든 먹거리들은 다 오랜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특별한 요리법으로 개발한 것이다. 식물은 모두 곤충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이른바 2차 화학물질이라 부르는 독성 물질을 지니고 있다. 우리 인간의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양념이란 것들은 모두가 이런 식물들의 독성 물질이다. 물론 쌉쌀한 맛 때문에 일부러 먹는 채소들도 있지만 말이다. 매일같이 우리 식단에 오르는 기본 채소들은 모두 오랜 교배실험을 통해 독성물질들은 어느 정도 다스려놓은 것들이다.

야생동물의 몸은 온갖 기생춤으로 들 끓는다. 나는 미국에서 알래스카 바닷가 벼랑에 서식하는 갈매기와 바다오리의 기생충들의 생태를 연구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무려 100마리가 넘는 새들을 조사했는데 기생충을 갖고 있지 않는 새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몸에 이,벼룩,진드기 등이 더덕더덕 붙어 있으면 腸 속에는 회충을 비롯한 온갖 벌레들이 득시글거리고 작은 혈관 속까지도 원생생물들로 들끓고 있었다. 놀랍게도 3천 마리가 넘는 진드기들에게 밤낮 없이 피를 빨리는 새도 있었다.

최근 들어 야생동물의  포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육점에 가면  고기들이 남아 돌 지경인데 무슨 까닭에 야생동물을을 먹는단 말인가. 얼만 전 강원도에 산불이 났을때 덫에 발목이 걸려 까맣게 타버린 동물들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명색이 동물행동학자지만 연구를 하고 싶어도 개체수가 부족하여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그나마 씨를 말리고 있다. 이제 야생동물을 잡는 사람은 물론 그것을 먹는 사람도 엄벌에 처한다니 무척 반가운 일이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한 사람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이들에게 꼭 한 마디만 하고 싶다. 자연보호는 둘째치고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일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그 옛날 처음으로 굴을 먹어본 고마운 조상님들 덕분에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한 식탁을 맞이하는 이 시대에 어찌하여 그 암흑시대로 자진하여 돌아가려 한단 말인가!

 최재천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서. : 서울대 교수,동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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