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애완동물도 '홈리스'

2008-11-13

버려지는 개ㆍ고양이 5년전보다 무려 6배 늘어 후원금줄고 사료값 급등 … 보호소 운영 난항 지역 동물보호소가 한숨만 쉬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길거리로 내몰리는 동물은 해를 거듭할수록 느는 반면, 후원금은 줄고 사료값 등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골목 배회하는 개와 고양이 늘어

(재)한국동물보호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 남구 대명동 한 동물보호소. 이곳은 개와 고양이가 300마리 정도 있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개와 고양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한국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시민들의 제보로 구조한 후, 이곳에 입소하는 동물은 2004년 600마리, 2005년 1천마리, 2006년 1천500마 리, 2007년 2천마리, 2008년 11월 현재 3천마리로 5년 전 보다 무려 6배나 늘었다. 금선란 한국동물보호협회장은 “예전에는 보통 하루에 5마리 정도가 보호소에 입소했는데, 최근에는 무려 2배 증가한 10마리 가량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 회장은 이렇게 동물들이 버려지는 이유로 시민들의 생명의 존엄성 부족, 적절한 시기에 불임수술을 못한 점, 경제난 등을 꼽았다. 그 가운데 금 회장은 적절한 시기에 불임수술을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료값은 오르지만, 후원금은 ‘뚝’

사료값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후원금은 계속 줄고 있다. 한국동물보호협회는 지난해에 한 달 평균 사료값으로 150∼170만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큰 폭으로 오른 환율 때문에 이달에는 23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원금 역시 경기불황 여파로 뚝 끊겼다. 금 회장은 “국내산 사료는 수입산에 비해 질이 안 좋아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후원금도 지난해 비해 30%나 감소해 많은 어려 움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 병원과 상점도 직격탄

일부 지역 동물병원에서는 애완용 동물을 맡겼다가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동구 지저동에 위치한 24시 종합동물병원 박보화 간호사는 “동물병원에 맡기는 애완용 동물은 대부분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찾아가지 않 는 이가 다수 있다”며 “찾아가지 않는 동물을 계속 둘 수도 없어 입장만 난처하다”고 말했다. 동물들의 사료나 각종 용품을 파는 상점도 매출이 감소했다. 달서구 상인동 애견샵 직원 박기한(29)씨는 “사료는 조금씩 판매되지만 개 껌이나 영양제 등은 거의 안 팔린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