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미순이 이야기 (직원 문주영 글).

미순"이는 7월 초순에 보호소로 들어온 시츄 암컷입니다.  길거리에 배회하는 것을 가엾이 여긴 아주머니가 데려 왔지요. 두눈에 가득 고름이 흘러 눈주위가 뻣뻣하게 굳은 털로 뒤 덮혔으며, 눈에선 계속 고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미순이 나이는 대 여섯이나 됐을까요? 젓꼭지가 있는걸 보아 여러번 새끼도 나은 듯 했구요. "그동안 낳은 니 애기들은 다 어디갔니? 그리고 니 주인은? 다 어떻하고 너는 혼자 버려졌니?" 나는 "미순"이에게 혼잣말로 물었습니다. 품종있는 종이라, 예쁘다고 키우다가, 병이 나니, 폐품 처리하듯 내다 버려진 듯한 "미순"이가 더 애잔해 보였습니다. 눈병이 낫고, 예전처럼 예뻐지라고 "미순"이라고 이름을 지었지요.

 

미순이는 사진의 바구니 통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지요. 내가 사무 일 본다고 정신 없는데 갑자기 미순이가 내 앞에서 짖으면서 무언인가 호소하는 듯하였습니다.  "왜 그러니" 하고 그냥 내 일에 몰두하고 있었지요.

그랬더니 한숨을 쉬면서 바구니 쪽으로 가더라고요. 바구니에는 이미 우리 깡패 고양이 " 네로"가 차지하고 있었지요. 미순이는 주변에서 낑낑대더니 나를 쳐다고 또 "왁 왁" 짖었습니다. 그때서야 눈치채고, " 네로야 너는 올라가 있거라, 좀 양보하시지.." 하면서 네로를 소파에 올려주었더니 그제서야 좋다고 회원이 준 밤색 티샤츠를 입고는 들어가 모서리에 벼게하고 누웠습니다.

오늘 또 나에게 왁확 거리면서 짖어 바구니 쪽을 보았더니 이번에는 고양이가 차지한 것이 아니고 바구니가 뒤집어졌다고 " 빨리 바로 놓아달라"고 졸랐습니다.  가서 또 바로 놓아주었지요. 잉야 엉... 거리면서 쏙 들어갔습니다.

시츄종류가 많은 방에 "미순"이를 넣었습니다. 아, 그랬더니, 연이은 "미순"이의 비명소리!! 얼른 달려가 보니, 며칠전 발정땜에 집을 나온 "두산"이가 "미순"이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는 것입니다. 저쪽 방으로 올길까 하니, 그쪽에도 성질이 만만치 않아 새로온 녀석들만 골라 괴롭히는 "샘"녀석이 있고, 또다른 방엔 개들이 너무 많고, 할수 없어 잠깐 사무실에 내 놓았지요.

사무실엔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있습니다. 모두 몇 마리인가 이름을 꼽아 보겠습니다. 사무실의 꽃"꽃분"이, 약삭빠른 똑똑이 악동"네로", 점잖은 "가야", 눈이 안보이는 "꽃님"이, 겁쟁이 소심묘"별"이, 상냥한 애교쟁이"순임"이, 있는 듯 없는듯한 "미미", 마지막으로 초절정 꽃미묘"나루"군...

개들이 먹는 장난감 먹이를 하나 주었더니 먹기는 싫고, 바닥에 내려 놓으면 고양이들이 먹을까 보아 바닥에 내려 놓기도 싫고 내내 하루 종일 장난감 먹이 막대를 담배 피우는 것 처럼 물고 다니고 있습니다.


사무실 고양이 중의 깡패 네로가 미순이 알기를 아주 업신여기는 태도입니다. 아마 속으로 "똑똑지도 못한 것이 우리에게 와서 귀찮게 굴고 있네..." 미순이 뒤에 앉아서 또는 아래 사진처럼 미순이 앞으로 씩씩하게 지나가면서 혼자 말로 중얼거리는 것 같습니다. 네로도 미순이처럼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나에게 와서 무어라고 양양거리며 잔소리와 호소를 많이 한답니다.

.워낙 보호소가 차고 넘치다 보니, 고양이가 사무실을 조금씩 점령하고, 말았지요. 아무곳에나 실례를 한다면, 여러마리의 고양이와 사무실을 같이 쓰는건 불가능 했겠지요. "미순"이는 참 얌전하고, 조용하며, 눈치도 빠르며, 고양이들을 대접할줄 알며, 용변을 아무곳에나 보지 않습니다. 처음 온날, 하루종일 용변을 참고 있던걸, 몰랐었지요. 얼른 개들이 모여있는 방에 넣었더니, 신문지 깔아놓은곳으로 달려가, 참았던 오줌을 얼마나, 많이 누던지..

다 누고 난 후엔 꺼내 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저녁에 퇴근 할땐 "미순"이를 개 들의 방에 합류를 시킵니다. 왜냐면 다음날 출근할때까지 용변을 참을것이 뻔합니다. 그런데 기특한 것은 저녁에 방에 넣은 후에는 조용히 업드려 잠을 청하는 시늉을 하는 겁니다.

그다음 날 사무실 로 들어서면, "아우우~~" 빨리 꺼내 달라 아우성입니다. 요즘 "미순"이는 많이 활발해 졌습니다. 고양이와 하루종일 지내다보니, 저도 고양이인줄 착각에 빠질걸까?, 높은곳을  사뿐히 올라다니는 고양이들을 따라 하겠다고, 용을 씁니다. 짧은 다리로 소파를 바둥바둥 올라와 탁자위로, 또 탁자를 딛고, 책상위로 올라오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어젠, 냥이들이 놀며 바깥구경도 하는 창가에 올라 가겠다고, 약이올라 짖어대며 바둥 대는데, 먼저 올라간 고양이들이 "니 자신을 알라" 하며, 어이없어 내려다 보네요. 크고 예쁜눈으로, 우리들을 쳐다보는 "미순"이의 건강해진 모습을 그려보지만, 치료시기가 너무 늦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맨앞에 앞 못보는 고양이 "꽃님"이와 "미순"이, 뒤로 가야산 출신의 "가야"가 보입니다. 노란 점박이 궁뎅이는 "나루" 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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